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마스크 부자재 생산업체인 A사는 국내 마스크생산 업체인 B사에 생산하는 물량 전체를 중국으로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A사는 ‘부자재를 제공할 테니 생산물량은 100%로 중국의 항저우와 선전시로 수출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A사는 국내 여러 마스크 생산업체로부터 중국으로 수출할 마스크 300만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정부가 국내 마스크 품귀와 가격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노마진 판매에 나섰던 규모(100만장)보다 3배가 많이 중국으로 빠져나가는 셈이다. A사 관계자는 “중국의 마스크 수요는 굉장히 높아 중국 거래선으로부터 계속 연락이 오고 있다”며 “선전과 항저우시 외에도 다른 중국 도시로도 수출할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생산업체와 논의중”이라고 말했다.
국내에 풀릴 마스크 물량을 중국으로 전량 수출하게 되면 국내 마스크 품귀와 가격급등이 재연될 수 있다. B사는 국내 8개 마스크 공장 총판을 대행하고 있어 국내 수급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공장들은 주 5일을 풀가동 하고 있지만 부자재 조달이 어려워 주말은 쉬는 상황”이라며 “부자재 업체들이 부자재를 공급해 주겠다는 데 중국 수출물량 생산을 거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내 마스크 생산·유통업체들은 정부의 노마진 판매 이후 가격이 안정돼 가면서 오히려 웃돈을 주는 중국 수출을 더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사 관계자는 “중국으로 수출되는 물량에 대해서는 (국내 판매가격 보다) 웃돈이 붙기 때문에 일부 업체들은 은근히 중국 수출물량을 확보하려는 경쟁을 보이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내 마스크 품귀와 가격 급등을 잡기 위해 지난 5일부터 보건용 마스크 1,000개 이상을 해외로 반출하려면 정식 수출 신고를 하도록 했고 마스크 100만개를 노마진 판매하기로 했다. 하지만 신고를 제대로만 하면 통관을 막을 방법이 없어 국내 생산 마스크 물량을 수출을 막기는 역부족이다. 중국이 품질이 좋은 한국산 마스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정상적인 수출 등을 통해 중국으로 빠져나가는 마스크 물량이 많아지면 겨우 안정된 국내 마스크 품귀와 가격급등 사태가 다시 오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사그러 들 때까지 국내 마스크 수급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수출 제한 등의 특단 대책이 나와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