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가 코스닥 상장사 쌍용정보통신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한앤컴퍼니가 투자 기업 매각에 나선 것은 지난 2018년 말 웅진식품을 대만계 퉁이그룹에 매각한 지 1년여 만이다. 이에 따라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한온시스템과 쌍용양회 등도 올해 본격적인 투자 회수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앤컴퍼니는 삼일회계법인 등 매각주관사를 통해 잠재적 매수 후보자들에게 쌍용정보통신 투자설명서(IM)를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상은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쌍용정보통신 지분 49.84%다. 한앤컴퍼니는 쌍용양회 계열사였던 쌍용정보통신을 계열 분리해 한앤코시멘트홀딩스로 넘긴 뒤 지난해 하반기부터 투자자들을 상대로 물밑 매각 작업을 추진해왔다. 이날 기준 이 회사 시가총액은 약 750억원 수준이며 보유지분 전량을 매각할 경우 거래가격은 4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사는 한앤컴퍼니에 인수된 후 꾸준히 영업적자 규모를 줄여 2018년 흑자전환하는 데 성공했으며 최근 클라우드를 통한 시스템통합(SI) 서비스 제공 등을 신성장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날 매각 추진설이 알려지면서 쌍용정보통신 주가는 전날보다 7.69% 오른 1,890원에 마감했다.
한앤컴퍼니가 1년여 만에 포트폴리오 매각 작업에 시동을 걸면서 잠재 매물로 거론되는 한온시스템과 쌍용양회의 매각 시점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온시스템과 쌍용양회는 매각가만 각각 7조원, 2조원이 거론될 정도로 대형 매물로 꼽힌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투자 기한 5년이 넘어가면서 매각을 통한 회수를 추진할 때가 됐다”며 “운용사 입장에서도 실적 최대화 시점 등을 따져 매각 시기를 조율하겠지만 매각을 한없이 미루기도 어려운 노릇”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국내 PEF들이 투자 이후 5년 내 자금 회수에 나서는 점을 감안하면 출자자(LP)들을 중심으로 매각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대형 회계법인과 외국계 IB 등도 한앤컴퍼니 포트폴리오에 대한 매각주관사 지위를 선점하기 위한 작업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올해 글로벌 경기 둔화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인수합병(M&A) 시장이 얼어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 중견 PEF 대표는 “수조 원짜리 대형 매물은 대기업이 나서야 소화될 가능성이 커지는데 코로나19와 4월 총선 등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져 상당수 기업이 국내 투자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앤컴퍼니가 올해 매각을 서두르지 않고 ‘장기전’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온시스템의 경우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 관련 매출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장기적으로 기업가치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쌍용양회 역시 한앤컴퍼니의 손을 거치며 우량 회사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쌍용양회는 2016년 한앤컴퍼니에 인수된 후 비주력 계열사를 정리하는 한편 슬래그시멘트 시장점유율 1위 대한시멘트를 인수해 경쟁력을 키웠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 및 폐열발전설비 도입 등도 원가 절감에 도움을 줬다. 이 회사 또한 건설 경기가 개선되면 2조원이 넘는 매각 가격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