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의 전기차 지원 축소는 이제 막 대중화 단계에 들어선 전기차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전은 기존의 특례 할인제가 일몰 대상일 뿐 추가 인상이 아니라며 탈원전과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기차를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면서 오히려 충전요금을 올리는 것은 탈원전에 따른 적자구조를 메우려는 의도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전기차 충전기를 운영하는 민간사업자들도 채산이 맞지 않는다며 요금을 2~3배 올리겠다는 분위기다. 정부 정책을 철석같이 믿고 낮은 가격에 전기차를 이용해왔던 소비자들로서는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어설픈 탈원전 정책이 결국 국민 부담을 키우고 애써 일궈온 전기차 생태계마저 뒤흔드는 상황을 빚은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탈원전에 따른 청구서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탈원전 정책으로 2030년까지 전기요금이 2017년에 비해 30%가량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게다가 한전은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폐지 등을 포함한 전기요금 개편안을 추진하는 것도 모자라 심야 시간대를 중심으로 산업용 요금 인상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4월 총선이 지나면 탈원전 청구서가 쏟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언제까지 국민들에게 정책 실패의 책임을 떠넘길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이제라도 국민 부담만 가중시키는 탈원전 정책에 대한 고집을 접어야 한다. 그래야 고사위기에 내몰린 전기차를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키우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