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기생충'의 기적, 콘텐츠산업 도약 발판돼야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영화 ‘기생충’이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요 4개 부문 수상을 휩쓸면서 글로벌 영화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칸 영화제 등 주요 영화제의 수상으로 살짝 기대를 갖고 있었지만 비영어권 국가 작품의 사상 첫 아카데미 작품상, 게다가 주요 부문을 모두 휩쓸 것이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영화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한국인으로서 무척 기쁜 소식이다. 백범 김구 선생님이 그렇게 갖고 싶어 했던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기분이다. 특히 이번 수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들려온 낭보였고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은 지난 2000년대 들어 빠르게 성장한 후 지난 몇 년간 다소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활약과 함께 3세대 한류를 이끌어가는 음악 산업과 온라인 및 모바일 업체의 부상에 힘입은 캐릭터·콘텐츠솔루션 부문이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출판·영화·방송·광고·게임 등 주요 부문에서는 성장률이 낮아진 상태다. 콘텐츠 소비자들의 유튜브 등 글로벌 모바일 플랫폼이 제공하는 서비스 이용이 급격하게 늘어난데다, 특히 게임 산업의 경우 중국의 부상과 견제가 제약 요인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영화 산업은 스크린쿼터제 등에 따라 자국 영화 점유율이 50%를 넘고 전체 영화 시장 규모가 세계 5~6위권에 달함에도 수출 측면에서 보면 미미한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2018년 영화 수출은 8,000만달러를 조금 웃돈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매출액의 4%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며 음악 산업의 10% 내외에 불과하다.

하지만 기생충의 경우 수상 이후 나타나고 있는 재개봉 열풍으로 북미 흥행수익이 4,000만달러를 넘어섰고 해외 매출도 2,000억원을 넘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알려졌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급 영화에 비하면 미미하지만 기존 국내 영화의 해외 매출을 감안할 때 놀라운 실적이 아닐 수 없다. 당연히 제작비와 마케팅비를 제외한 순이익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영화 산업의 매출이나 이익·수출을 놓고 너무 호들갑을 떤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수상은 일회적인 것이고 언어적 장벽과 문화적 차이 때문에 한국 영화의 성장성은 여전히 밝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수상과 흥행은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데 있어서, 또한 앞으로 우수한 인력들이 콘텐츠 산업에 뛰어들도록 하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는 이미 소녀시대부터 BTS에 이르는 아이돌 스타들과 강남스타일을 부른 싸이가 한국을 알리는 데 얼마나 큰 기여를 해왔는지 경험했다. 그리고 초기에 쓰인 성공 스토리가 불러모은 수많은 참여자와 경쟁자들이 그 힘이라는 점도 알고 있다. 우리의 콘텐츠 제작 경쟁력을 증명해준 영화 ‘기생충의 기적’이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의 빠른 성장을 기약하는 또 하나의 시작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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