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라임 충격' 알펜루트, 알짜 수원여객 판다

TRS 자금회수에 유동성 위기
내달까지 매각해 800억 확보
지분 21% 보유 '마켓컬리' 등
1~2곳 추가 매각방안도 검토


증권사의 총수익스와프(TRS) 자금 회수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알펜루트자산운용이 수원여객을 매각한다. 계획대로라면 다음달까지 지분 100%를 팔아 800억원 안팎의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알펜루트운용은 수원여객 이외 마켓컬리 등 2곳을 추가 매각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알펜루트운용은 지난 18일 수원여객 매각을 위한 입찰을 마무리했다. 조만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마치고 오는 3월까지 매각 절차를 끝내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예상 매각가는 700억~800억원이다. 1962년 설립된 수원여객은 540여대의 버스를 보유한 수원시내 여객운송 점유율 1위 사업자다. 보유 부동산 가치만 400억원 안팎이다. 2018년 매출액은 851억원으로 전년과 유사했다. 다만 영업손실은 33억원이다. 일회성 비용인 무형자산 상각비가 발생하며 손실로 돌아섰다. 그전까지는 일반적으로 20억~3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수원여객은 2017년 1대 주주와 2대 주주 사이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면서 이후 사모펀드(PEF)운용사와 자산운용사 등에 팔렸다. 알펜루트운용은 지난해 초부터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해 현재 PEF와 공동 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현 경영 기조와 경영진이 유지되는 내용이 매각 조건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매각 작업은 유동성 확보의 성격이 강하다. TRS 계약으로 펀드에 약 450억원의 레버리지를 일으켜준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 등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자금 회수에 나서자 알펜루트운용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달 31일 알펜루트운용은 몽블랑·마테호른·블라우제·에쉬 등 4개 펀드에 대한 환매를 연기한다는 입장을 판매사에 전달했다. 환매가 연기된 펀드를 포함해 유동성 위기에 놓인 펀드의 총 설정액은 이달 초 기준 2,300억원이다. 알펜루트운용의 고유 자금과 임직원의 출자금을 제외한 금액은 1,817억원이다. 알펜루트운용은 라임운용의 무역금융펀드와 같이 문제되는 자산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투자 자산의 대부분이 유동성이 떨어지는 비상장기업인 탓에 우량한 자산을 선제적으로 매각해 현금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알펜루트운용은 수원여객 이외 마켓컬리 지분의 매각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말 기준 알펜루트운용의 대표 펀드인 ‘몽블랑앱솔루트 제1호’는 마켓컬리의 지분 21.5%를 보유하고 있다. 김슬아 대표(27.94%)를 잇는 2대 주주다. 알펜루트운용은 이밖에 1곳을 추가적으로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3년 설립된 알펜루트운용은 초창기 상장 주식 위주의 투자를 이어오다 유망 비상장 벤처기업으로 방향을 바꾼 뒤 급격히 사세를 확장했다. 최근 2~3년 간 시장에서 관심이 뜨거운 기업에 대규모 지분투자를 단행하며 주목을 받았다. 금융서비스 기업 데일리금융그룹, 주차 애플리케이션 운영사 파킹클라우드, 스마트팜 솔루션 기업 만나CEA, F&B 공간기획 기업 OTD코퍼레이션 등이 주요 투자처다. 한때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지분도 매입했지만 현재는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기정기자 about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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