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 내 수사·기소 분리 방안에 대해 초임을 갓 벗어난 ‘2학년(2년 차)’ 평검사들이 공개적으로 비판글을 게시하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17일 차호동(41·사법연수원 38기) 대구지검 검사의 추 장관 비판을 시작으로 저연차 검사들의 의사표명이 연이틀 이어지는 모양새다. 검찰과장까지 논박에 뛰어들며 충돌 기류가 고조되는 가운데 법무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들어 오는 21일 예정됐던 검사장 회의를 잠정 연기했다.
19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는 검찰 내 수사·기소 분리에 반대 입장을 공개 표명한 글이 잇따라 게시되며 댓글로 논박이 오가고 있다. 이수영(31·44기) 대구지검 상주지청 검사는 전날 “제가 알고 있는 검사는 ‘소추관(訴追官)’”이라고 운을 뗀 뒤 “소추는 판결 선고를 종국점으로 하여 수사의 개시 시점부터 계속해 끌고 가는 행위라고 배웠기에 소추기관인 검사는 공소의 제기나 유지뿐 아니라 수사의 개시 단계부터 관여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이 검사와 사법연수원 동기인 구자원(33·44기) 수원지검 여주지청 검사도 “과연 수사 없는 기소, 기소를 염두에 두지 않는 수사가 가능한지 모르겠다”며 “소추라는 행위를 결정하기 위해 수사 절차가 필요불가결한 것인데 위 이슈들은 필요불가결한 행위를 마치 칼로 자르듯이 인위적으로 쪼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적었다. 이들은 “21일 검사장회의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지는지도 꼭 알려주시기 바란다”며 검사장회의 내용 공개를 요구하기도 했다. 검찰 내에서는 법무부가 검사장회의에서 일방적으로 의견을 전달한 뒤 “검찰 의견을 수렴했다”고 나올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법무부 주무부서 담당자인 김태훈 검찰과장은 “주관 주무과장으로서 회의록을 작성하게 되겠지만 검사장 회의록 전문을 공개한 전례가 없기에 요지 위주로 논의 내용이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문제가 어디에 있었는지에 대해 공감대를 찾는 것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댓글을 달았다.
선배 검사들은 후배 검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는 “좋은 글 잘 읽었다”고 했고 직전까지 법무부에서 각각 대변인과 정책기획단장으로 근무했던 박재억 대구지검 포항지청장과 김수현 전 법무부 정책기획단장 역시 “같은 생각이다. 법무부가 보여온 행태에 비춰볼 때 어떤 것을 믿고 기다려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화답했다.
법무부는 검사장 회의를 연기하며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으나 일본의 ‘총괄기소심사관’ 직제 신설을 포함한 수사·기소 분리 방안 시행은 밀어붙일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총괄기소심사관제는 검찰이 직접 수사한 사건에 대해 기소 여부를 결정할 때 숙려 의견을 제시하는 ‘레드팀’을 별도로 두는 제도다.
법무부 관계자는 “총괄기소심사관 직제 도입, 현행 인권수사자문단 활성화, 법 개정을 통한 수사·기소 검사 완전 분리 등 다양한 옵션을 열어놓고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며 “감염상황이 소강상태에 들어간 후 회의를 반드시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