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도시] "운영자 먼저 뽑은 뒤 설계하면 공공건축 질 향상될 것"

■'노들섬 프로젝트' MMK+ 맹필수·김지훈·문동환 소장
설계과정서부터 운영자와 직접 소통 가능
간극 줄이고 사회적 비용도 아낄 수 있어
제도 개선해 '先운영방식' 더 많아졌으면

“설계과정에서 소통할 수 있었다는 게 다른 프로젝트와 가장 다른 점입니다. 건물이 다 지어져 있는데 운영자가 들어와 맞지 않는 옷을 입고서 억지로 운영하고 있으면 찾아온 시민들도 좋아할 리 없겠지요.”

국내 최초로 선(先) 운영방식으로 공공건축물을 설계한 엠엠케이플러스(MMK+) 건축사사무소의 소장들은 이같이 말했다. 노들섬은 국내 처음으로 공공건축물 설계에 앞서 민간 운영자를 정하고 이들과 함께 건축물을 만들었다. 기존에 건물을 지어놓고 운영팀을 찾지 못하거나 새로운 운영방향에 따라 리모델링까지 하고는 했던 기존의 방식을 바꿔보자는 취지다.


엠엠케이플러스는 지난 2016년부터 노들섬을 비롯해 여러 공공프로젝트 공모에 참여해왔다. 맹필수·김지훈·문동환 등 세 소장 모두 본래 미국의 대형 설계사무소에서 활동하다가 국내에 사무실을 열었다. 노들섬 프로젝트는 가장 커다란 규모로 완공한 작업이라 그들에게도 애착이 크다. 특히나 유일하게 먼저 선정된 운영자를 서울시의 대리 건축주로 맞아 설계를 진행한 건축가이기도 하다.

어쩌면 공공기관에 민간 운영자까지 반영해야 할 의견이 늘어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김 소장은 “민간 건축주의 경우 본인이 직접 쓰는 건물이기 때문에 건축가가 힘들지만 끝까지 공간과 쓰임을 맞추려고 한다”면서 “하지만 공공건축물은 지방자치단체가 주민, 즉 공공을 위해 대신 지어주기 때문에 운영 측면에서 분명 간극이 있던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중간에 직접 운영할 주체가 건축주로 포함되면서 더 꼼꼼하고 실효성 있는 건축 설계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맹 소장은 “완공까지 최소 4~5년씩 걸리는데 공공기관 담당자는 2년 남짓이면 바뀌기 마련”이라며 “사용자에게 최대 효용을 제공하기 위해서, 그리고 몇 번이고 운영단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허가권자인 지자체와 운영자인 민간 운영사가 존재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 제도상으로는 아직 다시 선 기획·운영방식을 시행할 수 없다. 노들섬의 선례에도 관련 법규와 가이드라인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분명 앞으로 더 많은 실험을 통해 구체적인 방식을 합의해나가야 할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설계자의 의도도 더 잘 구현되고 공공건축물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프로젝트가 이럴 필요는 없지만 많은 시민이 활용하는 문화시설의 경우 무엇을 만들지부터 사용자가 뽑는 건 유의미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

맹필수(왼쪽부터), 김지훈, 문동환 소장 /사진제공=MMK+건축사사무소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