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업계가 인수합병(M&A)을 통해 대형 업체들의 3강 구도로 재편되면서 상대적으로 약자인 프로그램 공급자(PP) 생태계 보호가 화두로 떠올랐다.
19일 방송통신위원회의 위탁을 받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만든 ‘유료방송시장 경쟁환경 변화에 따른 공정경쟁 정책방안 연구’에 따르면 대형 유료방송사업자 중심으로 관련 산업계가 재편되면서 PP에 대한 갑질이나 신규 사업자들의 시장 진입 방해 같은 불공정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유료방송사 3강은 KT(030200)·KT스카이라이프(053210)(점유율 31.31%)와 LG유플러스(032640)·LG헬로비전(〃24.72%),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24.03%)를 뜻한다.
우선 PP등 콘텐츠 사업자들은 지금보다 힘의 균형이 유료방송 쪽으로 더 기울면서 수익을 방송사에 더 내주는 계약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서는 예측했다. 또 유료방송 계열의 콘텐츠 사업자를 육성하기 위해 경쟁 콘텐츠를 봉쇄하거나, 홈쇼핑에 부과하는 송출수수료를 일반적인 수준 이상으로 올릴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힘이 더 커진 유료방송 ‘3강’이 다른 유료방송 사업자의 시장 퇴출을 시도하거나,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막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재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료방송 서비스 운영에 반드시 필요한 콘텐츠 확보를 방해하는 식으로 경쟁사들을 시장에서 내쫓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유료방송 사업자가 PP에 부당한 수준의 수익배분을 요구하거나, 계열사 방송프로그램을 우대하는 경우, 경쟁 유료방송사의 콘텐츠 접근을 방해하는 상황에 대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다만 유료방송 재편에 따라 이용자들이 직접 피해를 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자 입맛에 따라 자유롭게 타 유료방송으로 전환이 가능한 여건에서 일방적인 요금 인상 자체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맥락에서 서비스 품질 저하 가능성도 희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보고서는 특정 유료방송의 시장점유율을 33.3%로 제한하는 합산규제 일몰에 따른 사후 규제 방안으로 ‘시장집중 유료방송사업자’를 지정할 때 요금이나 거래 조건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는 ‘상당한 수준의 결정력’을 보유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을 것을 제시했다. 과기정통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 국회에 유료방송 합산규제 일몰 대비한 정부의 제도개선 방안을 제출했다”며 “M&A 심사 시 경쟁 상황 전반을 따져보고 있으며 부작용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