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슬라프 수르코프 대통령 보좌관/블룸버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푸틴 체제의 ‘막후 조종자’ 역할을 했던 블라디슬라프 수르코프 대통령 보좌관이 경질됐다고 18일(현지시간) AFP·타스 통신과 BBC뉴스 등이 보도했다.
이날 러시아 대통령궁은 웹사이트를 통해 수르코프 보좌관의 해임을 발표했으나 해임 사유나 새로운 역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수르코프는 지난 2013년 9월부터 대통령 보좌관직을 맡아 독립국가연합(CIS·옛 소련권 국가모임) 회원국들과의 협력을 지휘했으며, 2014년부터는 친서방 노선을 걷기 시작한 우크라이나 문제를 다뤄왔다.
그는 20여년간 푸틴 대통령 체제의 실력자로 통한 그는 푸틴 대통령의 지배 이데올로기를 세우고 이를 공고히 하는데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한때 러시아 정치권에선 수르코프의 손을 거치지 않고는 아무 일도 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해 ‘회색 추기경’(막후 의사결정자)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특히 2000년대 중반 대외 강경 노선과 민간에 대한 통제 강화를 골자로 한 ‘주권 민주주의 정책’을 입안한 인물이다.
주권민주주의는 러시아를 넘보려는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주권을 지키겠다는 ‘러시아식 민주주의’로, 결국은 푸틴 대통령에게 도전할 수 있는 어떤 세력도 성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종의 ‘관리된 민주주의’를 뜻한다.
이 정책에 따라 그는 러시아 하원의 모든 정당은 물론 의회 밖 친 푸틴 성향의 청년 조직까지 관리했으며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예술가들도 후원했는데 이 또한 계획된 행동으로 추정된다. 많은 이들은 그가 야당도 통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달 초부터 푸틴 대통령의 또 다른 측근이자 우크라이나 분리주의 세력과 긴밀한 관계인 드미트리 코작 대통령행정실 부실장이 수르코프의 역할을 넘겨받았다고 외신은 전했다.
다만 BBC는 그가 과거에도 경질됐다 크렘린으로 복귀한 적이 있기 때문에 수르코프 경질은 그러나 영구적인 것이 아닐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는 2011~2012년 당시 푸틴 총리의 대통령 출마를 거부하는 시위가 장기화하며 경질됐으나 2년 뒤인 2013년 우크라이나 및 옛 소비에트 연방 국가와 러시아 간의 관계를 감독하는 역할을 맡아 푸틴 사단에 복귀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9일 “수르코프는 자의로 사임했다”면서 사임 전 푸틴 대통령이 그와 만났다고 전했다.
페스코프는 이어 “수년간의 경험과 수르코프의 재능은 새로운 쓰임새를 찾을 것”이라면서도 “수르코프가 향후 어디에서 일할 지에 대한 정보는 갖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페스코프는 ‘향후 수르코프 기용이 우크라이나와 연관된 것일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추가 질문에 “미리 예단하고 싶진 않지만 그가 여러 다양한 방향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수르코프가 푸틴 정권에서 다시 요직에 재기용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