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말적 가부장제에 작별을 고하며 전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과 초청을 받고 있는 <이장>이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을 오롯이 보여주며 예비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아버지의 묘 이장을 위해 오남매가 모이고, 오랫동안 집안에 뿌리박힌 차별을 위트 있고 날카롭게 그려낸 우리가 한 번쯤 경험했을 이야기 <이장>이 한국사회의 현실을 담아낸 스토리를 통해 관객들의 공감지수를 높일 영화로 주목받고 있다.
<이장>의 정승오 감독은 어릴 적 제사를 지내면서 고모와 누나는 절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누군가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의식인 제사에서조차 가족 내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가족 내의 차별을 둘러싸고 있는 철옹성 같은 외피의 정체는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이장>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다. 정승오 감독은 어쩌면 너무나도 일상적이어서 차별이라고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가족 내에 뿌리 깊게 남아있는 남성 중심적인 가부장제’가 가족 내에서 사회로까지 확대된 것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가부장으로 상징되는 아버지의 묘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아버지와 이별하고, 나아가 가부장제와 작별하는 이야기를 구성했다.
<이장>은 아버지의 묘 이장을 위해 모인 네 자매에게 “어떻게 장남도 없이 무덤을 파냐!”라고 소리치는 가부장제의 표상 큰아버지 ‘관택’(유순웅)을 통해 가부장제의 모순을 가감 없이 드러내면서, 딸들은 차별과 억압을, 남자들은 엄격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강요 받으며 성장해온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여준다. 또한, 우리 옆에 있을 법한 딸, 언니 그리고 누나 같은 네 자매 각각의 스토리를 통해 현재 여성들이 직면한 현실을 꾸밈없이 보여준다. 사사건건 말썽인 아들 ‘동민’(강민준)을 키우느라 지친 첫째 ‘혜영’(장리우)은 육아휴직을 신청함과 동시에 퇴사 권고를 받게 된 싱글맘의 현실을, 현실주의자 가정주부인 둘째 ‘금옥’(이선희)은 알뜰살뜰 자매들을 챙기는 다정한 성격이지만 권위적인 큰아버지 앞에서 입도 제대로 떼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 남자친구와의 결혼을 앞둔 셋째 ‘금희’(공민정)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비 신부의 모습을, 대학 내에서도 불합리한 일에 목소리를 내는 넷째 ‘혜연’(윤금선아)은 가부장제의 표상인 큰아버지와 대화마다 부딪히는 모습들을 보여주며 한국사회가 가진 여러 문제점과 생각해볼 거리를 시사한다. 이처럼 <이장>은 가족 내에서 차별과 억압을 받았던 네 자매가 가족을 벗어나 독립을 하고 난 뒤에도 각자만의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공감을 자아낸다.
<이장>은 “지적인 비판의식과 날카로운 유머를 지닌 수작”(Warsaw iff), “가부장제의 말로와 남성권력의 무능, 페미니즘 등 대한민국의 어떤 한 단면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영화” 등 수많은 영화제를 통해 관객들로부터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스토리에 대한 공감과 극찬을 받으며 개봉을 앞두고 더욱 기대감을 배가시키고 있다.
대한민국의 현실을 담아내며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킬 3월 최고의 화제작 <이장>은 3월 5일 개봉한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