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석 한국투자신탁운용 연금마케팅1팀장
회사에 근무하는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퇴직연금은 크게 확정급여(DB)형, 확정기여(DC)형이 있다. DB형 퇴직연금은 (퇴직) 직전 3개월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계산되므로 임금이 높아지면 퇴직연금도 같이 늘어나는 구조이다. DC형 퇴직연금은 현재 임금을 기준으로 매년 정산되고 이를 근로자가 스스로 다양한 금융상품을 활용해 운용할 수 있다. 따라서 임금보다는 운용수익률에 따라 퇴직연금 규모가 달라지는 구조이다.
이런 이유로 DB형 가입자는 임금상승률만 높다면 퇴직연금 관리에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회사가 운용하지만 근로자에게는 최종임금과 근속연수로 계산해서 퇴직연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DC형 가입자는 다르다. DC형 퇴직연금은 현재 임금을 기준으로 매년 정산해 그때마다 지급하기 때문에 임금상승률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다만 정산된 퇴직연금을 퇴직할 때까지 스스로 운용해야 하므로 수익률 관리가 중요하다. 따라서 DC형 가입자는 운용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연금상품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간단히 비교해보자. DC형 가입자의 퇴직연금이 DB형 가입자의 퇴직연금과 같아지려면 DC형 가입자의 운용수익률이 DB형 가입자의 임금상승률 수준과 같아야 한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국내 명목 임금상승률은 5.3%, 실질임금도 3.7% 상승했다. 즉 DC형 가입자가 DB형 가입자의 수익률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5.3% 이상의 운용수익률을 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DC형 가입자들 대다수가 예금이나 보험 등 원금보장형 상품에 가입하고 있어 시중 금리 이상의 수익을 내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DB형 가입자에게 퇴직연금은 임금상승률만큼 늘어난다는 점이 장점이다. 하지만 임금이 낮아지면 퇴직연금도 줄어드는 단점이 있으니 DB형 가입자도 적절한 시기에 DC형으로 전환해야 한다. 반대로 DC형 가입자는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펀드·채권·상장지수펀드(ETF)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운용수익률이 하락하면 퇴직연금도 줄어드는 단점도 존재한다. 다행인 것은 퇴직연금은 장기투자에 최적화된 자금이라는 점이다. 1년에 1~2회 퇴직금을 나눠 받는 DC형 가입자는 장기적으로 적립식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 만약 좋은 금융상품을 잘 선택해서 가입한다면 장기적으로 DB형 가입자 못지않은 수익률을 낼 수 있을 것이다.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는 정기적으로 자신의 퇴직연금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장기수익률 측면에서 적극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 은퇴 시점을 고려해 생애주기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알아서 조정하는 타깃데이트펀드(TDF) 상품이나 생애주기형 투자가 가미된 연금특화상품 등을 활용하는 것도 연금 자산관리의 적극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