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051900)이 보습크림의 대명사격인 글로벌 더마 화장품 브랜드 ‘피지오겔’의 아시아·북미 사업권을 인수한다. 2007년 M&A 행렬이 시작된 이후 24번째이며 2014년 CNP(차앤박) 코스메틱스 인수에 이은 6번째 더마 화장품이다. 이로써 더마 화장품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며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까지 진출한다는 포석이다.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리는 차석용 부회장의 M&A 전략이 또 한 번 적중할지 관심이 모인다.
◇이제는 ‘국민 로션’ 피지오겔까지 삼켰다=LG생활건강은 20일 영국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더마 화장품 브랜드 ‘피지오겔’의 아시아·북미 사업권을 약 1,920억원(1억2,500만 파운드)에 인수했다고 공시했다.
피지오겔은 독일 피부과학 전문기업 스티펠이 2000년 출시한 브랜드로 지난 2009년 GSK가 인수했다. 피지오겔은 순한 성분에 뛰어난 보습력을 갖춘 기초 화장품으로 더마코스메틱(피부과학과 화장품의 합성어)의 대명사격으로 통한다. 아토피 등 건조하고 예민한 피부를 가진 소비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국내 진출 초기에는 병원과 약국 위주로 판매되다가 현재는 올리브영과 같은 H&B스토어, 온라인몰 등 다양한 유통망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표 제품에는 ‘데일리 모이스쳐 테라피 페이셜 크림’이 있다.
피지오겔의 ‘큰 손’은 다름 아닌 한국 시장이다. 지난 2018년 피지오겔이 글로벌 시장에서 올린 1,100억원의 매출 중 약 30%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제품력과 탄탄한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신뢰받는 브랜드로 성장한 까닭이다. 한국에 이어 독일(15%)과 브라질 (11%), 홍콩(10%) 등이 피지오겔의 주요 시장이다.
◇“더마 화장품 인기 계속될 것”=LG생활건강이 피지오겔의 사업권 인수를 결심한 배경은 고속 성장하는 더마 화장품 시장에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더마화장품 시장은 최근 5년 사이 50% 가까이 성장했다. 특히 지난 2018년 피지오겔의 매출액은 2013년 52% 성장했다.
특히 한방과 발효 화장품 중심으로 브랜드를 전개하는 LG생활건강은 더마 화장품이야말로 화장품 시장의 큰 트렌드를 형성하는 줄기라고 판단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이 화장품의 성분까지 꼼꼼히 따지면서 착한 성분의 화장품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면서 “다양한 더마 화장품을 한 군데서 비교할 수 있는 H&B스토어가 주요 채널로 부상하면서 이러한 소비 성향이 더욱 공고해졌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권 인수로 LG생활건강은 총 6개의 더마 화장품 브랜드를 갖추게 됐다. LG생활건강의 대표 더마코스메틱 브랜드는 지난 2014년 차석용 부회장의 강한 의지를 바탕으로 인수한 CNP코스메틱스다. 차앤박피부과 의사들이 탄생시킨 CNP코스메틱스는 LG생활건강의 품에 안기며 지난해 기준 연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밖에도 CNP에서 파생된 ‘CNP Rx’와 자체 브랜드 ‘닥터벨머’ ‘케어존’ ‘더마리프트’를 포함해 지난 2017년 인수한 태극제약 등이 더마코스메틱 라인이다.
◇피지오겔 등에 업고 미개척지 노크=LG생활건강은 피지오겔의 사업권 인수를 발판 삼아 해외 시장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특히 피지오겔이 공식 유통되지 않았던 미국은 LG생활건강이 주력하고 있던 시장이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미국 화장품·생활용품 회사 ‘뉴 에이본’ 인수로 미국 시장에 대한 경험치를 쌓은 LG생활건강은 뉴 에이본의 자체 유통망은 물론 ‘세포라’ ‘얼타’ 등 H&B 스토어를 통해 피지오겔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피지오겔의 또 다른 미개척지인 중국도 공략한다. 동물실험에 반대하는 피지오겔은 모든 수입 화장품에 대해 동물실험을 진행하는 중국에서 그간 유통되지 못했다. 하지만 현지 생산에 한해 동물실험을 실시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해 LG생활건강은 중국 광저우 공장에서 피지오겔을 생산해 ‘왓슨스’와 같은 유통망을 통해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에서는 주력 채널인 직접판매와 홈쇼핑을 활용할 예정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피지오겔은 현재 유럽과 태국에서 생산 중이지만 향후 한국, 중국, 일본, 미국 등 LG생활건강이 보유한 생산 역량을 통해 생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