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암호화폐 사기 피해자 500명 단체소송 나선다

미리 수천~수억원 현금 투자금 챙기고
허위 암호화폐 발행해 배당금 주는 척
관련자 이미 구속·불구속 상태 재판중
"다음주 500명 서명 고소장 제출 예정"

허위로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투자금을 편취한 일당에게 돈을 떼였다고 주장하는 피해자 500여명이 모여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한다. 암호화폐 사기 사건을 둘러싼 소송이 줄을 잇고 있지만 이처럼 대규모의 피해자들이 단체소송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본지 1월31일자 31면 참조

20일 투자회사 티트리 피해자 모임에 따르면 이날까지 300여명의 투자 피해자들은 일일이 고소 동의서에 서명하고 공동 고소대리인을 세웠다. 형사소송법상 집단소송은 할 수 없어 대신 복수의 피해자가 공동 대리인을 내세웠다. 피해자 모임 관계자는 “주말까지 200여명의 피해자들이 추가로 고소에 동의하기로 한 상태”라며 “이를 취합해 다음주 중 고소장을 검찰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고소에 동참한 피해자들은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을 티트리에 투자했다가 돈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모임 관계자는 “피해자 규모를 감안하면 명시되는 전체 피해금액이 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8년 12월 설립된 티트리는 허위로 상품이 개발돼 해외투자를 받았다고 설명하는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속인 의혹을 받는다. 피해자 측의 주장을 종합하면 티트리는 ‘티봇’이라는 재정거래 프로그램을 개발해 호주 등 해외에서 500억원을 투자받았다고 홍보했다. 설립 후 현금으로 우선 투자를 받은 뒤 이듬해 3월부터는 ‘티트리코인’을 만들어 배당금을 현금 대신 암호화폐로 발행했다. 피해자 모임 관계자는 “지난해 3월부터 코인을 발행한 것은 ‘돌려막기’로 현금이 지급되기 어려운 상황이 됐기 때문”이라며 “투자자들이 코인 발행을 의심하자 곧바로 폐업했다”고 주장했다.

고소장 제출이 예정된 피고소인들은 이미 지난해 2월부터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가 수사에 착수해 같은 해 11월 기소된 바 있다. 검찰은 티트리의 전신인 회사 대표와 임원 등 9명을 구속·불구속 기소했다. 피해자 모임 측은 사기 일당이 현재 고소장의 피고소인과 대부분 동일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일당들은 2017년 7월 티트리 전신인 라인코스메틱을 설립한 데 이어 이듬해 5월 다시 월드프라임인베스트먼트를 세웠다.

이들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주식워런트증권(ELW) 자동매매 프로그램이라는 신규 사업을 추진한다는 설명회를 개최하고 투자자 모집과 투자금 유치를 진행했다. 투자자들에게는 투자금의 120~130%에 해당하는 수익을 약속했지만 검찰 수사 결과 실제로는 ELW 및 해외선물 등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개발한 사실도 없을뿐더러 수익을 창출한 적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신 후순위 투자자들의 투자금으로 앞선 투자자들의 원금과 수익금을 지급하는 ‘돌려막기’를 했다. 이렇게 투자금 명목으로 156회에 걸쳐 받은 돈은 24억2,750만원으로 집계됐다.

티트리의 회장인 전모씨는 해외로 출국해 현재 연락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트리 측은 “회장이 피해회복을 위해 해외에서 자금을 마련해오겠다고 한 뒤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라며 “회장이 없는 상태에서 국내서 투자자들의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 중이나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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