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가운데) 국무총리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코로나 사태 대응과 민생경제 활성화 방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20일 긴급 관계장관 회의를 소집해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전염 확산 시작단계에 접어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대책을 논의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을 ‘심각’ 단계로 격상하는 방안이 깊게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리는 이날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21일 오전 열리는 확대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추가 논의를 이어간 뒤 관련 대책을 발표하고 바로 청와대로 향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관련 상황을 보고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관계장관 회의에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참석했다. 대구·경북에서 확진자가 집단으로 발생한 데다 서울 등지에서 감염 원인과 경로 확인이 어려운 확진 사례가 추가로 나타난 것을 놓고 상황을 점검하고 지역사회로의 전염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대책을 집중 논의했다. 정부는 역학조사관과 음압격리병상 등의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대구·경북 지역의 요구사항을 가능한 한 모두 수용하기로 뜻을 모았다.
특히 회의에서는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 격상 방안도 깊게 논의됐다. 정부가 현 상황을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되고 있는 단계로 판단하는 만큼 현재 ‘경계’ 상태로 유지 중인 위기경보 수준을 ‘심각’ 단계로 올리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앞서 김강립 중수본 부본부장은 코로나19 브리핑에서 “현재는 해외에서 유입되던 코로나19가 제한된 범위 내에서 지역사회 감염으로 전파되기 시작한 단계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동안 위기경보 격상과 관련해 ‘현행 유지’ 입장을 견지하며 유보적 태도를 보여왔다. 지역사회 전파가 일부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경보를 격상할 경우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위기경보는 ‘감염병 발생 및 유행(관심)’ ‘국내 유입(주의)’ ‘국내 유입된 해외 신종 감염병의 제한적 전파(경계)’ ‘국내 유입된 해외 신종 감염병의 지역사회 전파 또는 전국적 확산(심각)’ 순으로 ‘심각’은 최고 수준에 해당한다.
정부는 이 회의에서 위기경보 격상 방안을 놓고 심도 깊은 논의를 했지만 결론 내리지 않았고 이날 밤 상황을 더 지켜보고 이튿날 확대 중수본 회의에서 추가로 논의하기로 했다. 다만 계속해서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강력한 대응 의지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금명간 위기경보를 올릴 가능성에 점점 무게가 실린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상황이 계속 유동적인 만큼 오늘 밤까지 상황을 더 지켜보기로 했다”면서 “질병관리본부와 전문가 평가 등으로 종합 판단할 것이며 현재 단계 격상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집단적으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대구 등지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방안도 논의됐지만 별다른 실익이 없고, 감염병예방법으로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검토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정영현·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