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간 경영 분쟁을 겪고 있는 한진(002320)그룹의 지주사 한진칼(180640) 주식을 이번에는 외국인들이 쓸어 담고 있다. 지난해 5월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백기사로 등장했던 델타항공이 이용한 ‘골드만삭스’ 창구를 통해 주문이 쏟아지고 있어 실체가 누구인지 관심이 쏠린다. 조현아 연합의 지분 추가 취득에 이어 이번에는 외국인 주주까지 나서 지분 취득에 나서는 등 주주 간 ‘쩐(錢)의 전쟁’이 가열되는 모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칼 주식을 외국인 주주들이 이틀간 골드만삭스를 통해 57만주 이상 순매수했다. 지분율로 따지면 1% 규모다. 20일에는 28만7,395주를 순매수했고 21일 오전 10시 현재 29만6,726주를 사들였다. 평균 매입가를 알 수 없지만 주당 5만원으로 가정하면 총 금액은 292억원 정도다.
외국인이 골드만 창구로 하루 20만주 이상 순매수한 것은 지난해 6월 18일(28만4,035주) 이후 처음이다. 10만주 이상 주문도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 만이다. 특히 장 개장과 동시에 대량으로 주문을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외국인 매수세가 한진칼에 대한 델타항공의 추가 지원 사격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취득, 조원태 회장의 백기사로 등장한 지난해 5월에도 델타항공은 골드만삭스 창구를 이용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14일 58만3,545주, 15일에 27만8,767주를 사들이기 시작, 꾸준히 장내 매수로 지분율 5%를 넘긴 이후 8월 1일 첫 지분 공시를 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보통 해외기업이 주식 매수를 낼 때 이용하는 창구는 잘 바꾸지 않는다”며 “과거 델타항공이 골드만을 통해 매수에 나섰듯 이번에도 골드만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우기홍 대한항공(003490) 대표이사가 최근 미국 출장을 통해 델타항공 관계자들을 만났고, 조현아 연합이 한진그룹 지주사 지분을 매입하는 상황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주주가 누군지 알수 없지만, 만약 델타항공이라면 한진그룹이 조원태 회장 체제가 이어지는 것이 유리하다고 본 것으로 판단된다. 강성부 KCGI 대표 등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주장하고 있다지만 주요 유휴 자산 외에 회사 가치를 어떤 식으로 끌어 올릴지에 대한 구체적 비전이 없는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실어 준다.
델타항공이라면 지분율 1% 이상을 추가취득한 21일을 기준으로 5영업일 내에 지분율 공시를 해야 한다. 다만 이번 지분 매입이 다음 달 주총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주총 표대결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주주의 등장이 어떤식으로 주총 판세에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