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에 울고픈데 '코로나' 뺨 맞은격"

코로나19 직격탄 동대문시장 상인들 하소연
최저임금 급등따른 경영난에
中 원단 끊기며 이중고 허덕
고객 전자상거래로 대거 이탈
소비 급격위축 점포 매물쌓여
공급끊긴 봉제업체로 피해확산

지난 20일 방문한 서울 중구 동대문종합시장 B동 4층에는 대부분의 점포가 비어 있었다./허진기자

지난 18일 서울 중구 동대문종합시장 B동 4층에는 장사가 안 돼 떠난 상인들이 남긴 장소를 찾아 이전하는 점포들이 많았다./허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한 충남 아산 전통시장만 장사가 안 되나? 여기도 거지 같이 안 돼요.”

“2년 전부터 장사는 안 됐어요. 코로나요?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지 뭐.”

21일 동대문종합시장에서 만난 원단 도매상들의 말이다. 최저임금 급등으로 인건비는 올랐고 값싼 수입산 원단으로 가격은 올려받을 수 없는 ‘경영 이중고’가 2년 동안 이어졌는데 이번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국산 원단 수입이 끊기고 소비까지 위축됐다는 것이다. 상인들은 점포를 매물로 내놓고 있지만 몇 달이 지나도 팔리지 않아 장사를 접을 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서울경제가 이날 찾은 동대문종합시장 B동 4층은 대부분의 점포가 셔터 문을 닫고 있어 적막감이 감돌았다. 셔터 문에는 ‘C동으로 이전한다’거나 ‘매물로 내놨다’는 A4용지가 붙어 있었다. 이날 오후5시8분 즈음 서울경제와 만난 주희용 진보텍스 사장은 “총 196개 점포가 들어올 수 있는데 40군데 정도만 남고 다 장사를 하지 않는다”며 “평소에는 6시에 퇴근하지만 장사가 하도 안 돼 지금 퇴근한다”고 말했다.


매물로 내놔도 팔리지 않는 점포의 사정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텅 빈 점포에 원단 열 몇 개를 쌓아놓은 가게들이 많았다. 점포가 팔리면 함께 넘길 수 있는 재고들이어서 처리하지 못한 셈이다. B동 4층의 가운데 점포는 귀중품매장처럼 검은 톤으로 인테리어를 해놨지만 매대에 ‘이동 중이니 건드리지 말라’는 종이를 붙여놨다. 근처 상인은 “공사하는 데만 몇 천만원을 들였을 것”이라며 “장사가 안 되니 자리를 옮길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날 만난 상인들은 동대문종합시장 침체의 주된 원인은 코로나가 아니라 최저임금발 인건비 충격이라고 입을 모았다. 2018년과 2019년 최저임금의 전년 대비 인상률은 16.4%, 10.9%에 달한다. 경기는 침체되고 패션산업은 나날이 쇠퇴하고 있어 원단에 대한 수요는 큰 차이가 없다. 결국 지출은 늘고 수입은 줄어든 것이다. 상인들은 고용을 바짝 줄이고 더 많은 업무를 떠안고 있다.

B동 3층의 한모 사장은 “원단을 자르지도 못하는 사람한테도 다달이 200만원씩 준다고 생각해보라”며 “최저임금은 올랐는데 원단 가격은 그대로이니 타격이 없겠느냐”고 말했다. 김모(65) 사장은 “장사가 안 된 지 딱 2년 반 됐다. 이 정부가 들어오면서부터 동대문시장이 무너진 것”이라며 “폭탄 맞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중국 공장이 돌아가지 않아 중국산 원단 수입은 뚝 끊겼고 찾는 손님의 수도 줄었다. 말 그대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중국산 원단·레이스 등 패션·봉제 물품 공장의 대부분은 코로나19의 발생지인 중국 우한에 위치해 있다. 정모(55) 사장은 “지난달 15일까지는 중국에서 물품이 들어왔는데 춘제(중국 설연휴·올해는 1월24~30일) 때부터는 원단이 안 들어와 ‘물먹은’ 업체들이 많다”고 말했다. 적게는 1,000만원 많게는 5,000만원의 매출 피해를 본 업체들이 수두룩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수요는 더 줄었다. 오후4시께 복도 끝에 서면 인파로 반대편 끝이 보이지 않는 풍경이 일반적이지만 길은 한산했다. ‘하나도 못 파는’일이 부지기수라 점포 내에서는 한가롭게 전화를 하는 점원들이 많았다. 코로나19가 지역사회감염 단계로 들어가면서 원단을 떼러 오는 패션업계 종사자들이 전자상거래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동대문종합시장의 침체는 단순히 시장만의 타격이 아니다. 원단 가격이 오르지 않는 것은 경기 의정부·양주 등에 있는 원단 제조 공장도 인건비 상승과 수요 감소를 내적으로 감내하고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원단 공급이 중단되면 이 원단을 활용하는 봉제·의류 업체 모두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한모 사장은 “경기도의 염색 공장은 직원도 못 구한다고 한다”며 “맞은편 점포는 3,000만원짜리 권리금도 모두 포기하고 한 달 전에 점포를 내놨는데도 안 나가지 않느냐”고 말했다.
/변재현·허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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