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21일 발표한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이달 1~20일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 평균 수출액은 16억9,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8억7,000만달러)보다 9.3% 감소했다. 지난해 2월1~20일에는 설 연휴가 포함돼 실제 조업일수가 12.5일밖에 되지 않았다. 올해 같은 기간 조업일수는 지난해보다 3일 많은 15.5일이었다. 이 때문에 조업일수의 영향을 배제한 전체 수출액은 263억달러로 전년동기(29억1,000만달러) 대비 12.4% 늘어났다. 표면적으로는 수출이 증가했으나 이는 조업일수 차이에 따른 착시일 뿐이라는 얘기다.
이달 1~10일 36.0% 증가했던 대중국 수출은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1~20일 3.7% 줄었다. 중국의 주요 생산라인과 유통망이 사실상 가동을 멈추면서 한국의 중간재·소비재 수출이 모두 차질을 빚은 탓이다. 20일 기준 확진자가 84명인 싱가포르 수출도 26.7%나 빠졌다. 반면 미국(24.2%), 베트남(19.8%), 유럽연합(12.8%) 등은 수출 규모가 늘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수출이 지난해보다 15.4% 증가했고 자동차부품과 무선통신기기 등도 각각 40.6%, 8.2% 늘었으나 이는 조업일수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수치다. 10일까지 114.5% 증가했던 승용차는 오히려 0.1% 감소했다. 이에 따라 올 들어 이달 20일까지의 누계 수출액 역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 기간 수출은 695억1,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0만달러(-0.01%) 감소했다.
코로나19가 유행병처럼 번지기 전까지만 해도 정부 안팎에서는 수출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흘러나왔다. 1월 일 평균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8% 늘어 14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되기도 했다.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2월부터 수출이 월간 기준으로도 증가로 전환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칠 만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3월 이후 수출전선에 한층 어두운 먹구름이 드리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생산차질 현황을 고려할 때 코로나19의 파장이 올 2·4분기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며 “이렇게 되면 정부가 내세운 수출 증가율 목표치인 ‘3% 달성’도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달 1~20일 전체 수입액은 256억달러로 지난해보다 4.7% 증가했으나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18.9%나 떨어졌다. 이 또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물량조달 차질의 영향으로 수출뿐 아니라 내수 시장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현실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종=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