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워치]가사를 맡겨줘! 홈즈

■光나는 홈클리닝
환경이슈에 편리미엄 추구…홈케어시장 급팽창
세탁기·에어컨 정기적 세척, 청소개념 변화도
이마트·한샘 등 앞다퉈 '클린 서비스' 선봬
대리주부·당신의 집사…청소앱 이용자 급증
'비대면 강점' 관련 O2O스타트업 몸집도 쑥


청소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것은 각종 환경 이슈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매년 봄이면 반복되는 황사에서부터 ‘삼한사미(3일은 추위, 4일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로 심각한 미세먼지, 미세플라스틱 등은 청소에 대한 소비자들의 경각심을 부쩍 높여놓았다. 여기에 ‘편리’와 ‘프리미엄’의 합성어인 ‘편리미엄’을 추구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건강을 위해 고가의 생활가전을 구매하는 일도 보편화됐다. TV·세탁기·에어컨·전기밥솥 등에서 더 나아가 최근에는 정수기·공기청정기·의류관리기·가습기·식기세척기 등으로 숫자와 종류도 다양해졌다. 특히 과거에는 청소 개념 자체가 희박했던 세탁기나 에어컨·매트리스 등을 정기적으로 청소해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청소에 대한 관심은 물론 청소해야 할 제품마저 늘면서 홈케어 시장은 내년인 2021년 10조원 규모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성장세에 힘입어 과거 영세한 인력사무소 위주로 이뤄지던 청소시장에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가세하고 있다. 유통업체인 이마트는 지난해 9월부터 가전제품 분해 청소와 집 청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e홈케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세탁기와 에어컨은 분해와 청소를, 매트리스는 청소를 해주는 식이다. 이사·입주·거주청소와 욕실·주방 부분 청소 등도 7만~18만원에 제공한다. 가구·인테리어 기업인 한샘은 지난해 12월부터 매트리스만을 대상으로 하던 홈케어 서비스를 집 전체로 확장했다. 소파 등 가구부터 세탁기 등의 가전, 주방 싱크대, 배수구, 주방 후드 등을 살균·청소해주는 ‘한샘홈케어’를 제공하고 있다. 한샘 관계자는 “한샘홈케어 서비스는 이사나 입주를 앞두고 있는 고객에게 특히 인기”라고 말했다. 롯데하이마트는 현재 총 29개 품목에 대한 홈케어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매출이 꾸준히 늘어 지난해는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했다. 이 밖에도 전자랜드는 에어컨과 세탁기·냉장고·김치냉장고 등의 가전을 청소해주는 ‘클린킹’을 운영하고 있다.



O2O스타트업도 청소시장에 눈독을 들이며 몸집을 키워나가고 있다. ‘대리주부’를 운영하는 홈스토리생활과 ‘청소연구소’를 운영하는 생활연구소, ‘당신의 집사’를 운영하는 리호즈, ‘미소’ 등이 대표적이다.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한 뒤 주소와 평형 정도만 입력하면 바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동안 인력사무소에 직접 전화를 걸어 원하는 청소 매니저를 요청하던 식에서 많이 간편해졌다. 특히 비대면서비스는 O2O스타트업의 강점이다. 앱을 이용할 경우 매니저의 얼굴을 보거나 말을 섞을 필요도 없이 청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보다 꼼꼼히 청소하기를 원하는 곳 등 요청하고 싶은 사항은 앱에 남기기만 하면 된다. 한 이용자는 “어머니 연배인 분이 청소하실 때 그 옆에 뻘쭘하게 서 있는 게 불편했다”며 “이제는 앱을 통해 신청만 하고 외출해 있을 때 청소가 끝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구독경제모델도 장점이다. 시간이 지나면 더러워질 수밖에 없어 청소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받기를 원하는 이들이 많아 수요가 높다. 격주나 매주 정기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일일이 날짜를 기억해 앱에 접속하고 다시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아도 된다. 번거로운 과정 없이 신청 한 번만으로 원하는 시기에 청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대리주부는 다운로드 건수 100만, 미소와 청소연구소는 각각 50만, 당신의 집사는 10만을 넘기기도 했다. 생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매달 평균 이용자 수와 매출액이 각각 20%가량 상승하고 있다”며 “이용자가 늘면서 청소연구소에 등록하는 청소매니저의 숫자도 매달 15%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벤처캐피털(VC) 등도 청소 시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그 결과 최근 생활연구소는 135억원, 미소는 약 12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미소 관계자는 “현재까지 재이용률이 85%에 달할 정도로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며 “특히 120억원의 투자금 중 95%가 실리콘밸리 자금이라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08년 인터파크의 사내 벤처로 시작한 대리주부는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2014년 10월 분사에 성공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청소 업무를 해주는 ‘가사 사용인’이 근로자로 인정 받을 수 있는 길도 열렸다. 현재 근로기준법 제11조 1항은 청소 업무 등을 담당하는 ‘가사(家事) 사용인’을 근로기준법에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홈스토리생활이 가사노동자 1,000명을 직접 고용하는 내용에 대해 규제샌드박스를 적용, 실증 특례를 부여했다. 이 덕분에 홈스토리생활은 현재 이용자와 가사 사용인 사이에서 단순 중개만 하는 방식을 넘어 가사 사용인을 직접 고용할 수 있게 됐다. 과기부 관계자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가사 근로자를 직접 고용함으로써 그동안 보장받지 못했던 4대보험 가입과 퇴직금 지급, 최저근로시간 보장 등 가사 근로자의 권리가 향상될 것”이라며 “일자리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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