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치사율 60대 3%대, 80세이상 14%대…고령 감염자 적극 치료해야

감기와 구별 어렵고 20%가량만 폐렴증상
"감기증상자 선제적 진단검사해야" 주장도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가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상황실에서 확진자 진료 의료진과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립중앙의료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증상만으로는 폐렴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초기에는 감기 몸살로 오해하기 쉽다. 증상이 가볍거나 없어도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에 따르면 초기 확진자 28명의 경우 발열(25%)·기침(29%)·가래(21%) 등 폐렴 증상이 4명 중 1명꼴에 그쳤고 숨이 찬 증상은 4%(1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감기와 폐렴 진료인원은 각각 1,880만명, 141만명에 이른다. 감기는 200여 가지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고 증상도 약한 편이어서 똑 부러진 치료제가 없다. 폐렴은 80~90%가 수백 가지 세균, 10~20%는 독감(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드물게는 곰팡이에 의한 감염으로 발생한다. 그래서 가래 등 검체배양 검사와 혈청학적 검사 등을 해도 3분의1만 원인을 알 수 있다. 기침·가래·고열과 숨을 쉴 때 가슴통증·호흡곤란 등이 나타난다. 감기·독감도 오래 앓으면 합병증으로 폐렴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세균성 폐렴은 누렇고 냄새나는 가래와 숨찬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젊고 건강하면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 많아

코로나19의 경우 젊고 건강한 확진자들은 특별한 치료 없이도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면역체계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워 이긴 것이다. 확진자 대부분은 폐렴 소견을 보였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폐가 섬유화돼 폐 기능이 크게 떨어지는 후유증을 남길 가능성도 낮다.

하지만 확진자가 급증하고 고령자·입원환자 감염이 잇따르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코로나19 환자의 치사율은 2%대이지만 60대는 3%대, 80세 이상은 14%대다.

중앙임상위는 앞서 “고령이거나 (당뇨병·심장질환·폐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적극적으로 항바이러스제를 쓸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바이러스가 증식해 조직과 면역체계를 망가뜨리고 가벼운 증상을 보이다 갑자기 심한 폐렴을 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방지환 중앙임상위 총괄간사(중앙감염병원운영센터장)은 “증상이 경미했던 환자가 다음 날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에서 폐에 하얀 부분이 늘어나 폐렴이 심했다는 걸 알게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폐렴은 초기에 X선 영상으로는 진단이 어렵다. 1번 환자의 경우 폐렴을 암시하는 임상적 특징을 보이지 않다가 증상 발생 3일째 고해상도 CT 스캔에서 폐렴 증상이 보였다. 반면 같은 날 실시한 흉부X선 검사에서는 폐 침윤이 관찰되지 않았고 4일이 더 지나서야 폐 침윤이 보이기 시작했다. 고해상도 CT를 찍지 않으면 폐렴의 조기 진단이 어렵다는 얘기다.

코로나19는 증상이 가볍거나 없어도 바이러스를 배출하기 때문에 지역사회 감염을 일으키기 쉽다. 오명돈 중앙임상위원장(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감염 첫 3~5일에 매우 많은 바이러스가 배출되는 등 초기부터 바이러스 배출이 많고 증상이 없어도 바이러스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초기 확진자 28명의 경우 잠복기가 평균 4일(대부분 3~7일), 증상이 나타난 뒤 확진·격리입원까지 평균 4일이 걸렸다. 그러나 지역사회 감염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감염 경로를 파악하지 못하는 환자와 1인당 감염자 수, 확진·격리까지 걸리는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감기 증상자 코로나19 진단검사 필요” 주장도

이와 관련, 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는 21일 “모든 감기증상 환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하는 것이 지역사회 감염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선제적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증상이 경미한 초기에 상당히 많은 바이러스를 배출하지만 감기 환자와 구분이 어렵고 폐렴은 비교적 뒤에 나타나므로 원인불명 폐렴 입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하겠다는 정부 대응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앞서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폐렴의 원인이 매우 다양해 원인불명 폐렴은 병원에서 며칠~열흘가량 이 검사, 저 검사를 해봤는데도 원인이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라며 “따라서 원인불명 폐렴환자에 대한 코로나19 진단검사는 병원과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고대안암병원 응급실 의사가 확진되기 전의 29번 환자에 대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한 것도 흉부 CT에서 폐렴이 확인돼서지 다양한 검사를 해도 원인불명이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 대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임상의사들이 증상, CT 영상을 보면 세균성 폐렴과 바이러스성 폐렴을 구분할 수 있는 만큼 원인불명 폐렴이라는 굉장히 모호한 정의보다 ‘바이러스성 폐렴이 의심되는 환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폐렴 환자는 일반적으로 세균성 폐렴 환자로 간주해 경험적인 항생제 치료를 하고 원인 세균이 확인되면 그에 적합한 항생제로 바꾼다. 코로나19·독감(인플루엔자) 등 바이러스성 폐렴은 아직 똑 부러진 항바이러스제가 없어 완치될 때까지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치료를 한다. 코로나19의 경우 국내에서는 에이즈바이러스(HIV) 증식을 억제하는 항바이러스제 ‘칼레트라정(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 복합제)’ 등을 쓰고 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