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연합뉴스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이 지난해 개천절 광화문 집회를 주도한 이후로 경찰과 법원 출석 일정을 수시로 연기하거나 돌연 취소하고 있다. 경찰의 소환조사와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 일정을 연기·취소한 건 지금까지 총 일곱 차례다.
그러나 경찰은 전 회장이 종교단체 대표인 점을 고려해 강제수사 방침을 고수하면서도 신중해 하는 분위기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전 회장은 지난 개천절 집회에서 불법행위를 주도했다는 혐의를 받게 된 10월부터 현재까지 총 두 차례 소환조사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소환에 총 다섯 차례 불응했다. 10월부터 약 두 달 동안 폭력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소환 통보를 받았지만 전 회장은 네 차례 불응하다가 경찰이 출국금지조치를 한 뒤 체포영장까지 검토한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지난해 12월12일 첫 출석을 했다. 종로경찰서에 출석하면서 전 회장은 취재진에게 “조사받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 그동안 안 왔다”고 소환에 불응한 이유를 밝혔다.
이후 경찰은 불법집회 주도 혐의로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12월26일 신청했고, 서울중앙지법은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같은 달 31일로 잡았다. 하지만 전 회장은 심사일정을 연기해달라고 신청했다. 사전에 잡힌 일정을 이유로 법원에 심문 연기 신청서를 제출한 것이다. 사전 일정은 다름 아닌 광화문 집회였다. 실제로 전 회장은 교회 신도들과 함께 지난해 마지막 날에서 새해 첫날이 될 때까지 철야 집회를 이어갔고, 이 자리서 전 회장은 특정 정당을 지지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이 발언 때문에 그는 개신교 시민단체 평화나무로부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했다.
불법집회 주도 혐의 외 다른 여러 혐의들을 수사하는 경찰은 고발이 접수된 공직선거법 위반과 집회에서 불법으로 헌금을 모금했다는 혐의까지 합쳐 2차 소환조사를 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달 2일 법원이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뒤였다. 1월22일로 전 회장은 경찰에 다시 출석해 조사받기로 했지만, 소환 사실이 당일 취재진에게 알려지면서 종로경찰서 앞에 포토라인이 세워지자 전 회장 측은 돌연 불출석했다. 이후 이달 3일 전 회장은 결국 경찰에 출석했고, 이날도 취재진이 종로경찰서 앞에 서있어 결과적으로 포토라인을 피하지 못했다.
경찰은 2차 소환조사 후 전 회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두 번째 구속영장을 지난 18일 신청했고, 법원은 다시 한 번 실질심사를 21일로 잡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전 회장은 심사 일정을 또 미뤄 심사는 24일 진행될 예정이다. 연기 사유는 명확히 알려진 바가 없지만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지난 경찰 출석 돌연 취소 때와 마찬가지인 상황이었다.
법원의 실질심사 일정은 이미 공지된 심문예정기일에 기발부된 구인영장이 집행돼 피의자가 출석하면 피의자심문이 진행되고, 불출석 시 심문을 진행하지 않는다. 경찰이 구인영장을 집행해 전 회장을 법원에 출석시키지 않으면 법원은 심사를 진행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즉 전 회장이 경찰과 협의를 한 끝에 심사 일정을 미룬 것이고, 이 부분에서도 경찰은 ‘종교단체 대표’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고려하고 최대한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일반 시민이거나 비종교인이었다면 경찰은 통상 세 번의 불출석을 할 경우 피의자를 체포하거나 구속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만, 경찰도 전 회장이 종교단체 대표라는 점을 고려하며 ‘종교탄압’ 프레임을 피하기 위해 신중한 상황이다.
전 목사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외에도 내란 선동,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도 고발당한 상태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