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일부 당원들의 반대 가운데 바른미래당과 대안신당, 민주평화당 등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3당의 합당과 대표직 사퇴를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첫번째 사퇴 약속“추석때까지 10% 안 되면 사퇴”=그동안 손학규 대표는 지난해 4·3 보궐선거 이후 본격적으로 터져나온 ‘퇴진론’에 ‘절대 불가’ 입장을 보여왔다. 내홍이 격화되자 손 대표는 그해 4월 “추석 때까지 당의 지지율이 10%에 미치지 못할 경우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또 ‘혁신위원회’ 구성도 제안했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지난해 7월 손 대표가 내정한 주대환 혁신위원장 체제로 혁신위가 출범했다.
그러나 내홍은 계속됐다. 혁신위원들이 지도부 재신임 안을 내놓자 주 위원장은 열흘만에 사퇴했고, 혁신위는 좌초됐다. 추석이 다가왔지만 당의 지지율은 한자릿수를 면치 못했다. 손 대표는 ‘지지율 10%’ 약속에 대해 기자들에게 “퇴진파들이 거듭 대표 사퇴론을 꺼내고 당을 흔드는 상황에서 어떻게 지지율이 올라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약속을 번복한 것이다.
유승민 의원과 안철수 전 의원./연합뉴스
◇두번째 사퇴 약속“안철수 대표 오면 사퇴”=지난해 12월에는 손 대표가 다양한 경로로 안철수 전 대표 측에 “안 전 대표가 돌아오면 안 전 대표가 요구하는 모든 것을 수용해 전권을 주고 물러나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확인됐다. 손 대표는 김삼화·김수민·신용현 의원 등 안철수계 여성 비례대표 의원 세 명에게 이같이 제안했다. 김도식 전 안철수 비서실장과도 따로 만나 사퇴를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손 대표는 “안 전 의원의 ‘복심’인사가 한 달 전 찾아와 ‘안 전 대표가 돌아올 생각이 있으니 안 전 대표가 올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고 먼저 요청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발언이 자신의 뜻이 아닌 안 전 의원의 요구로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이후 손 대표는 지난달 19일 정계복귀한 안 전 의원이 자신을 찾아 사퇴를 촉구하자 “오너가 최고경영자(CEO) 해고 통보를 하듯 말했다”며 거부했다.
바른미래당 회의실에 걸려있는 사진들의 변천. 왼쪽부터 유승민·손학규·안철수→손학규·안철수→손학규 사진이 걸려있는 모습./출처=바른미래당·연합뉴스
◇세번째 사퇴 약속“3당 통합으로 사퇴”=손 대표의 사퇴 문제는 3당 통합 과정에서도 줄곧 핵심 문제였다. 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이 ‘조건 없는 통합’에 합의한 지 하루 만인 지난 12일 손 대표는 “3당 통합과 손학규의 거취가 무슨 상관인가. 2선 후퇴를 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실제로 3당이 통합 논의 첫날에 주로 논의된 내용도 손 대표의 사퇴 문제로 전해졌다.
손 대표는 또 지난 19일에도 비례대표 의원들의 ‘셀프제명’을 거론하며 “저와 바른미래당은 순간의 어려움에 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셀프제명 의총에 참여한 최도자 의원을 따로 만나 “며칠만 더 참아달라”고 설득하며 당을 재정비하는 모습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랬던 손 대표가 바로 다음날인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임하고 앞으로 평당원으로서 백의종군하겠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통합이 지역정당 회귀에 끝나선 안돼 소극적이었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최근 청년세대와의 통합이 어렵게 돼 당원을 생각하면 제가 생각하는 원칙만 생각하며 꼼짝 있을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도실용 개혁정치를 열어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줘야 할 사명이 있다”고 “그래서 저는 3당 통합에 합의한다”고 설명했다.
바른미래당 박주선 대통합추진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바른미래당, 대안신당, 민주평화당은 오는 24일 합당해 법적 절차를 마무리 한다고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이번엔 ‘진짜’ 사퇴하나=일각에서는 손 대표의 ‘진심’에 의구심을 제기한다. 합의문에 따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되는 통합당 대표로는 한명만 등재된다. 이를 바른미래당이 선택하는데, 현재 바른미래당 최고위는 손 대표 측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 통합당의 최고위 구성에서도 공동대표 3인 외에 ‘약간명’이 더해진다. 한 탈당인사는 “손 대표가 어떤 인물을 자신의 후임으로 정하는 지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상왕 정치’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다. 여기에 20일 “당대표 퇴임 기자회견은 별도로 가질 것”이라고 한 것과 21일 ‘총선 연기론’을 꺼내든 배경에도 일각에서 의문시된다.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들었지만 다른 ‘꿍꿍이’가 있는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유성엽 민주통합의원모임 원내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공동대표들이 공천 등을 좌지우지 못한다”고 일축했다. 유 원내대표는 “어느 정도 현실을 감안하고 받아들일 필요도 있다”며 “총선을 앞두고 대표들이 중요 결정권을 가지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공동대표들끼리만 논의하는 게 아니라 각 당에서 추천한 최고위원들까지 포함한 최고위에서 결정할 사안”이라며 “공천 절차와 방법을 한 사람의 대표가 좌지우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유 원내대표는 “정상적 당에서 잘못된 주장을 누가 따라주겠느냐, 공동대표도 있고 최고위원들도 다 있다”고 말했다. 통합당은 새 지도부를 총선이 끝난 후 5월 중에 전당대회를 열어 선출한다.
/방진혁기자 bread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