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O 고유황연료유 제재…국내 정유업계 '단비'

3월부터 스크러버 없는 배 운송금지
탈황장치 선제 투자했던 韓 업체
생산능력 이미 갖춰 마진개선 기대

오는 4월부터 가동에 들어가 하루 4만배럴의 저유황유를 생산할 SK에너지의 감압잔사유탈황설비(VRDS). /사진제공=SK에너지

국제해사기구(IMO)가 올 초 선박유의 황 함량 규제를 강화한 데 이어 다음달부터는 선박이 고유황연료유(HSFO)를 싣고만 있어도 제재를 가한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정제마진 악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정유업계에 단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IMO는 스크러버(탈황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선박의 HSFO 운송 자체를 금지하는 ‘캐리지 밴(Carriage Ban)’을 오는 3월부터 시행한다. 선박이 HSFO를 연료로 사용하지 않고 적재만 해도 규제 위반으로 처벌을 받게 된다. IMO가 올 초 선박연료의 황 함유량 상한 기준을 3.5%에서 0.5%로 강화한 뒤 규제의 문턱을 더 높인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3월부터 저유황연료유(LSFO) 시장이 본격 개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IMO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선사들은 저유황유를 쓰거나 선박에 스크러버를 설치하고 선박을 액화천연가스(LNG)선으로 교체해야 한다. 해상유 전문기관들은 올해까지 약 3,000척의 선박이 스크러버를 설치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이는 업계 예상치의 절반을 밑돈다. IMO 규제 강화가 LSFO 수요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특히 IMO 규제에 대비해 선제 투자를 했던 국내 정유사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GS(078930)칼텍스는 기존에 공장 연료로 사용하던 저유황유를 LNG로 대체한 뒤 이를 선박유로 판매해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에쓰오일 측은 “올해는 HSFO를 판매하지 않고 전량을 LSFO로 블렌딩해 판매한다”고 밝혔다.

정유업계는 올 2·4분기부터 LSFO를 중심으로 정제마진이 개선되길 기대하고 있다. 정유사 수익의 핵심지표인 정제마진은 지난해 11월 1달러대로 고꾸라진 뒤 이달까지 내내 1달러를 밑돌았다.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중국 정유공장의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2월 2주차 정제마진은 넉 달 만에 손익분기점(BEP)인 4달러를 돌파했지만 업계에서는 석유제품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요 측면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된 산업용 및 항공유 등에 대한 불확실성은 지속할 것”이라면서도 “시간이 지나 산업활동이 재개되면 회복될 수요 대비 아시아 정유사의 가동률 상승은 더딜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고도화율이 높은 정유사의 내부 마진 개선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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