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토교통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도시정비 사업의 개선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연구원에서 지난달 ‘홍콩과 일본 사례를 통해 살펴본 도시정비사업의 공공관리 확대방안’ 보고서를 발간해 정책에 반영될지 관심을 끌고 있다. 홍콩식 공공관리제는 준정부기관인 도시재개발국(URA)에서 재개발·도시재생을 주체적으로 추진하는 형태다. 해당 지역 거주민과 세입자 등이 참여하되 사업 추진과 관련 재정적 검토·보상 처리·계획수립 등 주요 결정권한은 URA가 가진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국내 정비사업을 공공이 주도해 공공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취지다. 최진도 국토연구원 연구원은 “국내 도시정비사업은 각종 비리가 끊이지 않는 등 문제가 있어 공공관리가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해당 보고서와 관련 필요한 부분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토연구원과 정기적으로 정책적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며 “어떤 방안인지 살펴볼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홍콩식 공공관리 방안을 국내에 도입하면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정비사업은 민간이 주도권을 갖고 사업을 진행한다. 건물안전진단 등 행정상 요건을 통과하고 주민 동의가 이뤄지면 사업은 조합에서 자체 추진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조례에 정비사업의 공공관리 요건 조항을 삽입해 정보 공개와 관리 감독 강화 등을 하고 있다. 하지만 담당 인력이 부족한 데다 민간 성격이 워낙 강해 실제 공공관리는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수준이다.
공공이 주체가 되면 사업의 핵심 사항들이 상당수 달라진다. 예컨대 현재 서울시의 추진 방향이 임대주택 공급 확대인데 서울에선 재건축 단지 조합이 원하든 원치 않든 임대주택 비율을 더 높여야 할 수 있다. 또 분양가 역시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책정될 여지가 다분하다. 정비사업 조합원들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총선 이후 청와대와 여당의 의지에 따라 최종 방향이 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파장이 워낙 큰 사안이다 보니 근거법령 마련을 위해 법 개정 등 선행 조치가 필요하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에 공공관리제 의무화 조항을 삽입해야 하고, 시행령 등을 통해 중요 결정권한을 공공에 넘기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시장경제원칙보다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다수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며 “부동산 정책에 공공성 강화를 계속 주문하고 있는 만큼 총선 이후 더 센 규제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