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강원 춘천시 강원대병원 음압병동으로 이송되고 있다. /춘천=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600명을 넘은 가운데 병상 부족으로 사망자가 나오면서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전국 병상을 1만개로 확충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병실 내부 기압을 낮게 해 공기 중 바이러스가 병실 밖으로 못 나가게 하는 치료시설인 음압병상은 예상보다 빨리 차버린 상황이다.
23일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공공·민간병원에서 운영 중인 전체 음압 병상은 1,077개로 이 중 394개는 사용 중이다. 683병상이 사용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중증환자 치료를 위한 음압병상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는 동시에 경증환자 치료를 위한 시도별 전담병원 1만병상을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 박능후 중앙사고수습본부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서울 등 일부 지역 외에는 대부분 (음압병상)이 30병상 미만으로 지역적 불균형이 있다”면서 “전국 의료기관·보건소에서 미사용 중인 이동형 음압기를 활용하는 한편 부족분은 추가 구매해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확진자 수가 600여명인 만큼 여유 있어 보이지만 현장에서는 부족함을 호소한다. 절반 가까이가 서울과 경기도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의 경우 음압병상 가동률은 100%로 모두 찼고, 서울 지역도 60%를 넘겼다. 일부 병원의 음압병상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아닌 다른 질환 환자가 사용하고 있어 확진자를 수용할 음압병상은 더욱 여유가 없다.
음압병상 부족으로 대구·경북은 확진자를 부산 등 다른 지역으로 이송해야 하는 실정이다. 특히 확진자 중 두 번째 사망자는 대구 지역에 음압병상이 포화 상태라 부산대병원까지 이송하다 숨졌다.
확진자가 계속 늘고 있는 상황에서 치료시설 부족은 환자들이 치료시기를 놓치게 할 수 있어 보건 당국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확진자 증가에 대비해 시설 확충에 비상이 걸렸다.
음압병상을 신속히 늘린다고 해도 이곳을 전담할 의료진이 한정돼 있다는 점이 문제다. 한 대학병원의 의사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당시보다는 음압병상이 좀 늘기는 했지만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음압병상에 있는 환자는 일반 병원직원이 대할 수 없기 때문에 환자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병실을 청소하는 것도 의료진의 몫인데 이 역시 충분하지 않다”고 전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현재는 코로나19 확진자 모두를 음압병상으로 보내지만 확진자가 더욱 늘 경우 증상의 정도에 따라 음압병상 입원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다”며 “불가피한 경우 4인실 등 다인실에 확진자만 모아 격리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김정욱·이주원기자 myk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