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노조의 파업 집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중공업(009540) 노사가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에서 좀처럼 타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가 해고자 복직과 물적분할 불법파업 손해배상 등 ‘현안’에 대한 해결을 임단협 타결 조건으로 내걸면서 사측과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사내 소식지 ‘인사저널’을 통해 “노조가 주장하는 현안이 임금협상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밝혔다. 사측은 “해고자들은 불법파업 과정에서 공장에 난입해 팀장에게 욕설을 하고 전치 12주의 상해를 입혔다”며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면책받을 수 없다”고 했다. 사측은 이어 “노조의 손해배상 철회, 가압류 해제 요구도 노조 간부 스스로 책임지겠다고 약속해놓고 8개월이 넘도록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소식지를 통해 “현안은 구성원들의 동의 없이 법인분할을 일방으로 강행한 것에서 발생한 회사 책임”이라며 “과거에 실무협의체 구성으로 제대로 해결된 사항이 있었는지 뒤돌아보라”며 맞받았다. 노조는 지난해 법인분할 반대 파업 과정에서 사측이 해고와 정직·감봉 등의 징계를 내린 조합원 1.415명의 징계 철회를 임단협 정식 안건으로 올리자는 입장이다.
노조가 강경노선만 고집하면서 내부갈등 양상도 생기고 있다. 해고자 문제로 교섭이 지지부진하자 해고자 문제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조합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어서다. ‘실리’ 성향의 한 현장조직은 소식지를 통해 “집행부의 잘못과 무능을 다른 곳에 전가하는 작태를 멈추고 조합원들의 생존권이 달린 임단협에 모든 힘을 집중해 사측과의 조속한 타결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노조 내에서 대의원 선거구 조정 등을 둘러싼 갈등까지 불거지고 있어 노조가 투쟁동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거를 주관하는 노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노조의 중요 현안을 심의·의결하는 운영위원회가 대의원 선거구 개편 및 획정 과정에서 이견을 보이고 규정 위반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 조합원은 노조 게시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합원들을 고려해 사측과 노조 모두 조금씩만 양보해야 한다”며 “임협을 먼저 끝내고 현안을 해결하는 융통성을 보여야 한다”고 썼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