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적 확산" 되풀이 하더니...전국 확진자 폭증하자 뒷북 상향

[‘코로나19’ 위기 경보 '심각' 단계 격상]
文 "지금부터 며칠이 고비...총력대응해야 하는 중대 시점"
지역사회 방역망 뚫려...신종플루 후 11년만에 최고단계로
'심각' 단계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설치 등 강력 대책 가능
철도운행 제한·외부활동 자제 권고..."신천지 시설 임시 폐쇄"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범정부대책회의에서 위기경보단계 ‘심각’ 상향 등의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마지막까지 주저하던 감염병 위기 ‘심각’ 단계를 전격 발령한 것은 대구·경북지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급증세가 전국으로 뚜렷한 확산세를 보이자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를 코로나19 확산의 중대 고비로 보기도 했다. 그러나 불과 이틀 전 확진자가 200명을 넘고 하루 전 300명을 돌파했을 때도 ‘제한적’이라며 ‘경계’ 단계를 유지한 정부를 두고 늑장 대응을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코로나19와 관련한 정부의 위기경보단계를 현재의 ‘경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며 “지금부터 며칠이 매우 중요한 고비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방역당국과 의료진, 지역주민과 전 국민이 혼연일체가 돼 총력 대응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위기경보 상향은 지난달 27일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올린 뒤 27일 만이다. 주말 사이 398명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했고 사망자도 6명으로 치솟은 데다 전국 방방곡곡 어디든 안심할 수 없는, 이전과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국에서 확산 중이다. 총 확진자는 600명을 넘어섰고 대구·경북에서만 49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서울 24명, 경기 24명을 기록했다. 경남 14명, 부산 11명, 광주 9명 등 모든 지역에서 확진자가 발생한데다 그간 ‘청정지역’으로 남아 있던 세종·강원·울산까지 전국의 방역망이 완전히 뚫렸다.


21일 확진자가 200명을 돌파하자 전문가들이 ‘심각’ 단계로의 상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는데도 정부는 끝까지 망설였다. 당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는 대구·경북지역 방역 강화 방안만 나왔을 뿐 ‘경계’ 단계가 유지됐고 22일에도 김강립 중수본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차관)은 “대구·경북 등을 제외하면 아직 산발적으로 환자가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심각’으로 올리지 않았다. ‘위기경보 격상 시 한국이 사실상 ‘코로나19 오염국가’로 낙인찍힐 수 있고 각종 활동제약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크다는 점까지 정부가 고려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결국 이틀 만에 ‘심각’으로 올렸다는 점에서 ‘뒷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뒷북 대응이 되풀이됐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위기경보단계가 상향되며 정부는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대책을 펼칠 수 있다. 정부는 우선 기존 질병관리본부 중심의 방역체계와 중앙사고수습본부 체제를 총리 주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격상했다. 국토교통부는 항공기 감편이나 운항을 조정할 수 있다. 또 철도와 대중교통·화물 등의 운행제한도 가능하다. 해양수산부는 여객선 감편과 운항 조정, 선박 운행제한을 할 수 있다. 외국인 선원에 대한 출입국 제한 등도 가능하다. 전국 학교·학원의 휴교·휴원을 검토하거나 정부 차원에서 대규모 행사 금지와 국내외 여행상품 판매 자제 요구를 할 수 있다.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의 지자체가 신천지 시설을 임시 폐쇄하고 신도들에 대한 전수조사와 관리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종교활동의 자유를 제약하려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과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것이자 신천지 신도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감염병 위기경보는 해외 신종 감염병의 ‘발생·유행(관심)’ ‘국내 유입(주의)’ ‘제한적 전파(경계)’ ‘지역사회 전파·전국적 확산(심각)’ 등 4단계로 나뉜다. 한국 정부가 심각 단계를 발령하는 것은 75만명의 환자가 발생한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사태 이후 11년 만이다. 38명의 사망자가 나왔던 2015년 메르스 사태는 ‘주의’에 그쳤다.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한 대구·경북지역에 대해서도 통상적 수준을 뛰어넘는 과감한 방역조치를 시행한다. 우선 대구시는 한 달여간의 기간을 들여 모든 유증상자에 대한 진단검사를 실시한다. 이를 위해 2주간 임시선별진료소를 여러 군데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보건당국은 또 대구 시민에 대해서는 “최소 2주간 외출을 자제하는 등 이동을 최소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다만 방역대응 전략은 ‘봉쇄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방역대응과 함께 지역사회 확산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박능후 중앙사고수습본부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앞으로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가 확산을 좌우하는 중대한 고비가 될 것”이라면서 “방역대응 전략은 봉쇄정책을 유지하는 동시에 지역사회 확산을 차단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두 방향의 전략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임진혁·김지영·이주원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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