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망자 6명 모두 만성·정신질환자

당뇨·고혈압·콩팥병·호흡기질환 등 보유
면역력 떨어져 코로나19 폐렴 빨리 악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가운데 23일까지 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중 4명은 경북 청도 대남병원의 정신병동 입원자였고 나머지 2명은 각각 만성 기침·기관지염, 콩팥병 환자였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고령자와 만성질환자는 코로나19가 중증 폐렴으로 진행돼 사망 위험이 높다는 우려가 국내에서도 입증되고 있는 셈이다.

세번째 코로나19 사망자(443번 확진자, 41세 남성)는 21일 밤 경북 경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인은 “야간 근무인데 출근하지 않고 연락이 닿지 않아 집에 가보니 숨져 있었다”고 했다. 아직 감염경로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평소 만성 기침·기관지염으로 가끔 진료를 받았으며 12일과 14일에도 경주 외동읍의 한 의원에서 각각 만성 기침·기관지염 약을 처방받았다. 숨지기 전날인 20일 오후 4시~21일 오전 1시까지 야간 근무를 하는 등 증상이 생긴 뒤 10일 동안 외부 활동을 해 전파 가능성에 우려도 크다.

다섯번째 사망자(38번 확진자, 57세 여성)는 콩팥(신장)이 제 기능을 못하는 만성신부전으로 혈액투석 치료를 받던 환자로 23일 오후 2시 40분께 숨졌다. 코로나19 확진 후 심장과 폐 모두 기능을 잃어 호흡곤란 증세 등을 보여 혈액을 환자의 몸 밖으로 빼내 산소를 공급한 뒤 다시 몸속으로 넣어주는 인공심폐 장치인 에크모(ECMO)를 사용 중이었다.


23일 오후 대구시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으로 이송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병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 병원은 내일까지 코로나19 환자 전용 병상을 248개로 늘릴 계획이다. /연합뉴스

다른 4명은 대남병원에 장기간 입원했다가 사망한 정신질환자로 다른 지병도 앓아 왔다.

지난 19일 새벽 폐렴 증세로 숨진 첫 사망자(63세 남자)는 20년 넘게 이 병원 정신병동에 입원했다. 사망 후 코로나19 진단검사에서 20일 양성(바이러스 감염) 판정을 받았다.

두번째 사망자(55세 여자)는 정신질환 치료를 위해 2014년 정신병동에 입원했다. 이달 11일부터 인후통과 고열(37.7~38.6도)을 호소했고 폐렴 증세도 보였다. 17일에는 심근경색이 의심돼 대구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겼지만 보호자가 대남병원에서 치료받기를 원해 청도로 돌아왔다. 21일 코로나19 확진 판정과 인후통·고열로 정신병동에서 일반병동으로 옮겨졌고 대구·경북지역에 음압병실이 부족해 구급차로 부산대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그날 오후 6시께 사망했다.

네번째 사망자(57세 남자, 54번 확진자)와 여섯번째 사망자(55번 확진자, 59세 남자)는 정신병동 입원 중 발열·기침·인후통 등 증상으로 19일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된 2명이다. 둘 다 동국대 경주병원 음압병실로 이송돼 치료를 받아 왔다. 고혈압이 있던 네번째 사망자는 23일 오전 7시 40분께 숨졌으며 사망원인은 폐렴으로 알려졌다. 여섯번째 사망자는 산소마스크 치료를 받아왔으며 23일 저녁 숨졌다.

정신병동 입원자들은 폐쇄병동에서 오랜 기간 입원 생활을 하고 지병도 있어 면역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음압병실에서 의료진의 통제에 잘 따르지 않는 경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료인은 “정신병동은 폐쇄 병동이고 대부분 다인실에서 생활한다”며 “입원자 대부분이 당뇨병·고혈압·결핵 등을 앓고 있거나 알코올중독자여서 감기·코로나19 등 집단감염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폐렴은 초기 흉부 X선 영상에 잘 나타나지 않고 노인·기저질환자 등에서는 2~3일만에 빠르게 악화할 수 있다”며 “일반 폐렴은 그렇게 빨리 악화돼 사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코로나19 확진자 중 추가 사망자 발생 가능성도 크다. 에크모나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고 있는 중증환자가 더 있는데다 확진자 급증에 따라 증상이 악화하는 환자가 늘고 있어서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기저질환이 있거나 중증 상태가 될 수 있는 환자에 대해서는 중증도 분류를 철저히 하고 치료 가능한 병원을 잘 매칭해 환자를 배정·조정하는 기능이 이뤄지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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