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 10곳 중 4곳은 1년 전에 비해 현재 목표주가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무역분쟁 등이 완화되면서 수출 위주인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올해는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맞으면서 증권사들의 기업에 대한 실적 회복 기대감이 한풀 꺾였다는 분석이다.
23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곳 이상의 추정치가 있는 전체 212개 상장기업 중 지난해 2월에 비해 현재 목표주가가 낮은 상장기업은 총 87곳으로 전체의 40.57%에 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목표주가가 높아진 상장기업은 38곳으로 17.92%에 불과했다. 나머지 대부분 기업의 목표주가는 지난해 하반기 반등세를 보이다 올해 들어 다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증권사 목표주가의 경우 최소 6개월~1년 사이의 이익 추정치를 바탕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목표주가 하향은 해당 기간 기업의 실적 성장이 힘들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분야별로는 보험 8곳, 화학 6곳, 석유·가스 5곳, 미디어 5곳, 광물·금속 5곳, 식료품 5곳, 상업은행 5곳 순으로 목표주가 하향 기업 수가 많았다. LG화학·SK이노베이션·포스코·LG전자 등 국내 대표 수출기업은 물론, 삼성물산·SK·한화·GS·CJ·두산·LS·한진 등 대다수 지주회사가 목록에 포함돼 우려를 안겼다. 글로벌 한류 열풍을 주도하며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던 미디어와 게임 소프트웨어 업종의 목표주가 하향세도 두드러졌다. 중국의 한한령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콘텐츠 기업인 제이콘텐트리와 CJ ENM의 목표주가는 지난해 2월 이후 각각 29.66%, 28.87%씩 하락했다. 게임업체 중에서는 엔씨소프트(036570)를 제외한 넷마블·게임빌·웹젠·펄어비스 등의 목표주가가 일제히 하향 조정됐다.
반면 목표주가가 꾸준히 상승한 분야는 반도체 업종으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를 비롯해 부품·장비 기업인 테스(095610)·테크윙(089030)·원익IPS(240810)·솔브레인(036830) 등이 포함됐다. 이외에도 자동차 부품 기업인 현대모비스(012330)·현대위아(011210)·S&T모티브(064960), 장비 부품 기업인 비에이치(090460)와 LG이노텍(011070) 등의 목표주가가 반등세를 보였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전염병이 발생하면 내수와 수출 경기 간 괴리가 발생한다”며 “소비와 투자는 즉각적으로 위축되는 반면 대외 수요에 미치는 직접 충격은 미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선진국 수요에 밀접한 반도체는 올해 1~2월 수출이 5.6% 늘며 1년 만에 증가세를 보였고, 같은 기간 중국 등 코로나19의 영향이 강한 신흥국 수요 비중이 높은 석유제품과 승용차 수출이 각각 3.1%, 12.5%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 연구원은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기까지 선진국 수요 비중이 높은 IT(정보기술)와 중국 비중이 높은 비IT 간 품목별 수출 차별화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의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래 한 달 동안 국내 증시에서 소비활동과 관련된 개인생활용품(화장품)·호텔 및 레저·도소매 등 7개 업종 시가총액은 12조 7,000억원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0일 종가 기준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등 48개 종목이 속한 개인생활용품 업종 시총은 1월 20일보다 5조 565억원 줄었다. 하나투어·강원랜드 등 21개 종목이 있는 호텔 및 레저는 1조 8,464억원, 대한항공 등 10개 종목의 항공운수업은 2,601억원 규모의 시총이 각각 감소했다. /신한나기자 han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