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진정한 同舟共濟의 한중관계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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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는 2017년 10월 사드 갈등 봉합 이후 지난 3년간 ‘조용하나 불편’했다. 반면 북한과 중국 양국은 지난해 6월 시진핑 주석의 평양 국빈방문을 정점으로 김정은 위원장과 다섯 차례의 정상회담으로 전통적인 우호협력 관계를 완전히 회복했다. 북한과는 뜨겁고 한국과는 냉랭한 ‘북열한냉(北熱韓冷)’의 관계가 지속됐다. 한중 양국은 역동적인 발전과 변화를 겪어왔던 지난 27년의 역사를 반추해볼 때 최근 3년은 한한령 등으로 최악의 침체기였다. 시 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무역갈등 국면에서 자신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 김 위원장에게 힘을 실었고 대한(對韓) 외교는 개점휴업 상태였다.


2019년 하반기 미중 갈등이 장기화되고 주변국의 대중국 인식이 동요함에 따라 중국이 주변 외교에 대한 비중을 높이면서 한중관계의 미세한 변화가 나타났다. 리커창 총리의 중국 삼성공장 방문, 중국 단체 관광객 한국 방문 부분 허용, 5년간 중단됐던 국방전략 대화 재개, 왕이 외교부장의 방한, 12월 중국 청두 한중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중 정상회담 개최 등으로 지난 3년간의 동면을 깨기 시작했다. 마침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한중관계의 급박한 반전을 도모하는 돌발변수로 한중 정상의 접촉을 유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매우 감동을 받았다”며 수망상조(守望相助·협조해 대응)와 동주공제(同舟共濟·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감)를 강조했다. 두 정상 간의 전화통화는 1년 9개월 만이었다.

전화통화의 결말은 상반기 시 주석의 방한(訪韓)이다. 시 주석의 한국 방문이 이뤄지면 한중관계는 단계적으로 사드 이후 봉합 및 회복기에 진입할 것이다. 중국의 일련의 우호적 행태는 양자 차원에서 관계 발전에 대한 긴밀한 논의와 합의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새로운 변화라기보다는 중국의 필요와 판단에 따른 독자적인 행보다. 중국은 대미 전략의 일환으로 한반도에 ‘2개의 한국 정책(Two Korea Policy)’을 추진한다. 한중관계는 갈등, 봉합, 회복, 재갈등의 롤러코스터 관계를 수차례 경험했다.

2020년 한중관계는 회복이냐 정체냐의 분기점에 왔다. 수교 이후 27년간 한중관계의 비약적 발전을 견인해왔던 경제협력은 점차 동력이 약화됐으며 양국 국민 간 상호 인식도 중립적으로 변화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간 전략적 소통도 이전보다 원활하지 못하다. “한겨울 석 자의 얼음은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라는 중국 속담을 감안할 때 본질적인 이슈를 해결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한중 양국은 핵심이익에 대해 상호배려의 관계를 형성해야 롤러코스터 사이클을 벗어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양국은 진정한 동주공제의 새로운 비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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