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금리 인하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처한 대부업체들이 금융당국에 시중은행 대출을 허용해달라고 건의할 계획이다. 자본조달 비용 현실화를 통해 업계의 숨통을 틔워달라는 주문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부업계는 조만간 금융당국에 자금조달 금리를 현실화해달라는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다. 현재 대부업계의 평균 자금조달 금리가 6%대에 달해 법정 최고 금리 이하 대출로는 수익을 내는 게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앞서 당국은 지난 2018년 2월 법정 최고 금리를 27.9%에서 24%로 낮췄다.
대부업계가 주장하는 적정 조달 금리는 3~4%대다. 대부업계가 금융권 내에서 대부업에만 제한된 은행 대출을 열어달라고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내규상 대부업을 대출금지업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부업계는 대부분의 자금을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을 통해 조달하는데 1금융권인 시중은행으로부터 일부 자금이라도 조달할 수 있다면 조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신규 대출 재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부협회 관계자는 “앞서 2007년 감독 당국은 은행들에 대부업 대출 중지 관련 행정지도를 내렸다가 1년 만에 폐지했지만 은행들은 여전히 대부업에 대출을 내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부업계는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지 못할 경우 대부업 대출이 막힌 취약계층이 고금리 사채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부업계 1위인 산와머니는 지난해 3월부터 1년째 신규 대출을 중단한 상태다. 대출 중단 여파로 직원 수도 10분의1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대다수 대부업체가 기존 대출 연장 외에는 신규 대출을 진행하지 않으면서 자산 규모도 빠르게 줄고 있다. 산와머니의 자산 규모는 2018년 말 기준 2조5,000억원에 달했으나 1년 사이 자산 규모가 절반가량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전체 대출잔액도 2018년 6월 말 17조4,000억원으로 최대치를 찍은 후 지난해 6월 말 기준 16조7,0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대부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역시 기존 대출 회수와 만기 연장 건만 진행할 계획이라 업계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