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코로나19'가 몰고올 중국의 산업구조 변화

존 린 얼라이언스번스틴(AB) 중국 주식 포트폴리오 매니저

존 린 얼라이언스번스틴(AB) 중국 주식 포트폴리오 매니저

이달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이 중국 증시를 강타했다. 중국이 질병 확산을 통제할 수 있을 때까지 시장은 불안정한 상태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일수록 주식 투자자들은 과거의 전염병 사례를 바탕으로 현재 진행 중인 위기에 잠재돼 있는 장기적 영향에 대비해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공포로 지난 3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중국 A주 인덱스(MSCI China A Onshore Index)는 미 달러화 기준으로 9.2% 급락했다. 이 같은 급락은 지난해 중국 증시가 37% 이상 상승 랠리를 펼친 뒤 나타난 것이었기에 글로벌 성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중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컸다. 중국 정부가 신속하게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이러한 우려는 다소 수그러들었다. 실제로 이후 시장은 2주가량 상승하면서 15일까지 대부분의 하락 폭을 만회했다. 투자자들은 과거 비슷한 전염병 사례에서 시장의 조정이 비교적 짧고 심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한 듯하다. 2003년 사스 사태 때 홍콩 항셍지수는 질병이 확산되던 3월5일부터 4월25일까지 약 7.7% 하락한 뒤 상황이 호전되자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질병의 통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심리가 저가 매수로 옮겨간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코로나19 통제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당분간 변동성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개인투자자의 영향력이 높은 중국에서 공황상태에 빠진 시장이 회복세로 전환하는 속도 역시 매우 빠를 수 있다는 것 또한 염두에 둬야 한다.

이번 사태로 인한 생산 및 소비 감소가 불러올 거시경제적 영향을 짚어볼 필요도 있다. 우선 지난 20년 동안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한 중국 공장들의 가동중단은 다양한 분야에서 공급붕괴를 야기할 수 있다. 코로나19의 발원지로 꼽히는 중국 우한은 광섬유케이블·인쇄회로기판(PCB) 등 통신장비 제조의 중심지다. 그러나 소비 감소는 오프라인 소매점에 큰 타격을 주겠지만 소비자들의 수요가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e커머스 업체들의 피해는 비교적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국 온라인 슈퍼마켓 및 음식배달 서비스 중 일부에서는 이미 사용량 증가가 보고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장기적인 산업구조 변화를 촉발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중국 및 아시아의 많은 지역에서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재택근무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또 휴교 장기화로 수천만 명의 중국 학생들이 온라인 학습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경험들은 업무방식과 교육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향후 10년간 원격 근무 및 학습 분야의 성장, 그리고 이에 수반되는 통신 네트워크 및 데이터센터 인프라 수요 증가 등을 예상해볼 수 있다.

코로나19와 관련된 상황이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는 한, 중국 주식 투자자들은 이 질병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기업에 대한 노출을 줄이는 편이 좋다. 이와 더불어 과거 사례 분석을 바탕으로 중국 주식 포트폴리오를 장기적 관점에서 구성하고 위기 해소 국면에서 증시가 급속도로 회복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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