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셧다운 공포'에 산업현장 방역 총력전

열화상 카메라·체온계 등 총동원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무조건 격리
자택근무에 신입사원 면접도 연기
"부품공급 끊길라" 협력업체도 점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난주 말을 계기로 급격히 확산하면서 기업들이 이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각 기업들은 본사 사무공간을 폐쇄하고 신입직원 면접을 연기하는 등 외부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가 이어졌고 지방의 생산기지에서도 동선상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는 직원은 공장 접근을 통제하고 격리 조치를 내렸다. 확진자 방문이 확인되면 사업장 폐쇄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24일 울산 현대차 공장은 코로나19 사망자로 인한 부품업체의 가동중단으로 비상상황에 돌입했다. 중국발 부품 공급에 이어 국내 협력업체의 변수까지 발생한 것이다. 사망자가 나타난 협력업체는 경주에 위치한 서진산업으로 자동차 프레임과 섀시 등을 공급하고 있다. 현재는 재고로 가동 중이지만 협력업체의 가동중단이 이어질 경우 생산라인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경주 1차 협력사 납품이 중단되면서 이번 주 울산공장 일부 라인은 생산량이 평소보다 크게 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과 국내 공급망 모두 ‘부품 수급 중단→생산 차질’이 현실화하면 자동차 산업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더욱 오래 걸리게 된다.

현대차 노조와 사측은 협의를 통해 21명으로 구성된 대책위를 운영하기로 했다. 경주 협력사 출장자 등 6명에 대해서는 자가격리 조치를 내렸다. 이날 현대차 노조는 “확진자가 사내에서 1명이라도 나오면 전 공장을 세워야 할 수도 있다”며 “부품 협력사까지 점검해 확산을 예방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는 1차 28개를 비롯해 전국에 500여개가 산재해 있다.


코로나19에 의한 타격은 업종·지역을 가리지 않고 확대되고 있다. LG전자는 인천캠퍼스 내 연구동 직원의 4세 자녀가 지난 22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인천사업장 연구동을 폐쇄하고 방역 조치에 돌입했다. 인천 사업장 연구동 직원들은 재택근무로 전환됐다. 생산동과 복합동은 정상 근무 중이다. 인천캠퍼스는 LG전자가 3,100억원을 투자해 2013년 준공한 최첨단 연구시설로 VS(전장부품솔루션) 연구인력과 협력사 직원들을 포함해 2,5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신입사원 면접 일정을 미루는 등 외부 접촉을 최소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신입사원을 수시 채용하고 있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가까운 시일에 면접이 예정된 지원자들에게 일정을 연기한다고 통보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가팔라짐에 따라 추가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당분간 채용 면접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SK·LG전자 등 주요 대기업들도 상반기 공채일정을 늦추거나 다시 일정을 잡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대학들이 개학을 연기하는 상황이어서 공채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SK그룹도 대응을 강화했다. SK이노베이션 등 서울 서린빌딩에 위치한 계열사들과 SK텔레콤은 건물에 출입하는 모든 사람의 체온을 개별 측정하고 있다. 기존에는 열화상 카메라로만 점검했다. 또 직원들의 외부인 접촉을 줄이기 위해 출근 시간을 오전10시 이후로 조정하고, 외부 방문객과의 미팅을 가능한 자제하도록 했다. 수시로 건물 방역도 진행한다.

SK하이닉스도 다음달 1일까지 이천캠퍼스 임직원 550여명에 대한 자가격리 조치를 유지하기로 했다. 20일 대구 확진자와 접촉한 신입사원과 폐렴 증상을 보인 직원 모두 검사 결과 음성으로 밝혀졌지만 관계 당국의 권고에 따라 경계를 늦추지 않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외부 사업장으로의 출장을 자제하고 사옥 입구마다 열 화상기, 체온계, 마스크 등을 비치해 방역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국내 자동차 생산의 본거지인 현대차 울산공장에서도 외부 감염 통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경주의 1차 협력사와 울산지역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중국발 공급망뿐 아니라 국내 수급 라인도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박한신·변수연·박효정기자 울산=장지승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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