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펀더멘털 훼손 우려에 대형주 직격탄..시총 톱100중 97개↓

[코로나19 금융시장도 충격]
코로나 장기화 조짐에 강달러까지 맞물려 외인 '투매'
환율 3일간 30원 급등 "1,250원까지 치솟을 수도"
금값은 6일째 올라 또 사상최고..채권값도 초강세

‘코로나19’ 확산으로 코스피가 폭락한 24일 오후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마스크를 쓴 채 시세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호재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방역망이 뚫리면서 코스피지수의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2,100선도 한순간에 무너졌다. 외국인들이 ‘패닉셀’에 가까운 매도세를 보이면서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빠르게 증가하면서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을 훼손할 수 있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커진 가운데 급속히 치솟은 원·달러 환율도 외국인의 주식 투매를 부추겼다. 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이 가속화되면서 당분간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 속에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 200 변동성 지수(V-KOSPI)’는 19.44%(3.85포인트) 급등한 23.6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4월10일(30.40)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주말 사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지역사회 감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국내 증시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단기 급증한 것에 대해 외국인 투자가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다. 글로벌 달러 강세를 타고 주식 매도에 나선 외국인 투자가들은 이날 하루에만 무려 7,872억원어치 현물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신흥국(EM) 지수 리밸런싱으로 외국인 매도세가 집중됐던 지난해 11월26일(8,575억원 순매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올 들어 선물은 매도했지만, 현물은 사왔던 외국인들이 현물마저 매도세로 전환하면서 시장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외국인들이 주로 매수했던 대형주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 중 오뚜기(007310)(6.25%), 현대해상(001450)(1.82%), DB손해보험(005830)(1.29%) 등 단 3개 종목을 제외하고 모두 하락했다. 삼성전자(005930)는 4.05% 하락했으며 SK하이닉스(000660)(-3.40%),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5.24%), NAVER(035420)(-2.90%), LG화학(051910)(-2.95%) 등도 약세를 면하지 못했다.


외국인들의 매도세는 진정될 것으로 생각했던 코로나19 사태가 더욱 확산되자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경계감이 확대되면서 일부 패닉 양상을 띠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우리 경제에 대한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등 심리적 측면에서 공포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불투명한 경기 상황에서 일정 부분 패닉 양상도 보였다”고 진단했다.

원·달러 환율이 최근 3거래일 동안 무려 30원가량 초급등한 점도 외국인들의 매도 심리를 더욱 부추긴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1원 오른 1,220원20전에 마감됐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졌던 지난해 8월13일(달러당 1,223원) 수준에 거의 근접한 상황이다. 외국인들의 매도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강달러가 지속되면서 외국인들의 매도 심리를 더 자극할 수 있는데다 코로나19 사 태가 단기간 진정세로 돌아서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이달 말까지도 소강상태를 보이지 않을 경우 원·달러 환율은 1,250원까지 치솟을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정훈 삼성증권 책임연구원은 “지난주까지 코로나 이슈가 진정될 것으로 예상돼 가격이 형성되고 있었는데 이제는 장기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커지면서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며 “특히 강달러는 외국인 매도 심리를 더 자극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증시에 대한 불확실성이 짙어지면서 주가는 급락한 반면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KRX금시장에서 거래되는 금 1㎏짜리 현물의 1g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3.09% 오른 6만4,800원을 기록해 사상 최고가 기록을 또다시 새로 썼다. 거래소 금 가격은 지난 17일부터 6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나타내는 중이다.

채권 가격도 강세(금리는 하락)다. 이날 오전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43% 급락하기도 했다. 글로벌 강달러가 강화되면서 달러 자산 가격도 급격하게 올랐다. 달러 ETF 상품 ‘TIGER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와 ‘KODEX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는 각각 전 거래일보다 1.79%, 1.75% 상승했고 ‘신한 레버리지 미국달러 선물 ETN’ 가격도 1.76% 올랐다. 변동성이 커지면서 ‘공포지수’에 투자하는 상품 가격은 더 크게 뛰었다. ‘신한 S&P500 VIX S/T 선물 ETN’은 12.20% 올랐고 ‘삼성 S&P500 VIX S/T 선물 ETN(H)’은 11.02%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변동성이 심화되는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확진자 수의 의미 있는 감소세가 나타나지 않는 한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불확실성이 큰 만큼 예상하기가 쉽지 않지만 대체로 코스피의 경우 2,000~2,100선에서 변동폭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코스피지수 2,000포인트는 금융위기 수준으로 이 아래로 내려간다면 절대적으로 싸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5% 정도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지만 2,000포인트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호·이완기·백주연기자 junpark@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