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허세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위기에 내몰린 대형마트가 온라인 영업규제를 풀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로 외출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해지자 월 2회 의무휴업일과 폐점시간에 온라인 배송 서비스를 허용해달라고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온라인으로 유통 패러다임이 전환하며 연초부터 대대적인 구조조정안을 발표한 대형마트 업계에 숨통이 트이는 조치가 나올지 주목된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 3개사가 소속된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지난 11일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에 대형마트의 온라인몰 운영에 대한 한시적 규제 완화를 요청하는 ‘국가 비상시국의 방역·생필품 등 유통·보급 인프라 개선 방안 건의안’을 제출했다.
◇“오프라인 의무휴업일 그대로 온라인에 적용 웬말”=외출 자제로 온라인 쇼핑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대형마트 온라인몰 운영에 대한 규제를 일시적으로 풀어달라는 것이 주된 골자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의해 의무휴업일(서울 기준 매월 둘째, 넷째 일요일)과 대형마트 폐점시간에는 매장을 이용할 수 없듯, 주문된 상품이 점포에서 출발하는 배송 서비스도 제공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을 물류창고로 활용하는 주요 대형마트는 쿠팡, 마켓컬리 등에서 주력하고 있는 새벽배송 서비스를 도입할 수 없다. 하지만 동일한 상품이더라도 매장이 아닌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에서 출고되는 배송은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규제를 피하기 위해 물류센터를 짓는다고 가정하면 한 개당 최대 2,0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한다”면서 “대형마트의 영업이익률이 3% 아래로 추락하고 있는 마당에 온라인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서 모험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외출 기피 장기화에 온라인 규제 또다시 논란=온라인사업 규제 완화는 대형마트가 꾸준히 제기했던 요구사항이다. 하지만 최근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영업환경이 악화하며 구조조정 바람이 닥치고 코로나19로 손님마저 줄어든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대두했다. 실제로 지난 1~24일 A 대형마트의 온라인몰 매출은 전년 동기간 대비 50% 가까이 증가한 반면, 오프라인 점포의 매출은 잇따른 휴점과 방문객수 감소로 19.3% 감소했다. B 대형마트에서는 지난 1일 후 방문객 수가 약 4% 줄었다. 확진자 수가 폭증한 지난 주말, 생필품을 확보하기 위해 점포 방문객이 전국적으로 급증하며 다소 회복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저조한 수치다. 외출 기피 현상이 장기화될 것을 대비해야 하는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건의안을 들고 나온 이유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외출을 자제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생필품과 방역물품을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국가적 재난사태 시국에는 유통 시장에 대한 제한보다는 규제 완화를 통한 유통채널 다변화로 국민 불편을 최소화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대형마트 직매입 거래에 따른 물가안정 기대=협회는 건의안에 대한 근거로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을 제시했다. 해당 법률에 따르면 정부는 물가가 급격히 오르고 물품 공급이 부족해 국민 생활의 안정을 해칠 경우 법률 개정 없이 대통령령으로 유통에 관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또 직매입 구조로 운영되는 대형마트가 현재 e커머스 상에서 널뛰는 마스크와 같은 제품의 가격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 관계자는 “온라인 오픈마켓은 개별 판매자가 제품을 재판매하거나 가격을 임의로 책정하기 때문에 가격 폭리 현상이 나타나도 이를 제어할 수 없다”면서 “이와 달리 대형마트는 직매입으로 거래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해 적정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