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작업을 개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피해지역 지원, 경기회복을 위해 지난해 추경(5조8,000억원)보다 소폭 늘어난 6조~9조원 규모의 재정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추경 편성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면서도 구직급여와 같은 현금 복지성 사업이나 총선용 편성은 배제하고 경기부양 효과가 큰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적자국채 발행으로 재원을 충당할 수밖에 없어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사상 처음으로 4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1분기 추경편성은 네번째
25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다음주 코로나19 극복 및 민생경제 지원을 위한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는 집행 가능성과 파급효과가 큰 사업을 중심으로 신속하게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구·경북 지역에 대한 지원과 함께 위축된 지역경제 살리기와 소비 및 수출 보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1·4분기에 추경을 편성하기는 외환위기를 겪었던 지난 1998년과 1999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을 받은 2009년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그만큼 현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 심각함을 보여주면서도 추경 공식화부터 국회 통과까지 한 달 이내로 예상되면서 졸속 처리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추경의 기본방향은 코로나19 대응 및 피해지역·업종 지원,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력 강화다. 2015년 메르스 추경에서는 감염병 대응체계 강화와 중소·관광 업계 자금난 해소 등 메르스 극복 지원에 2조5,000억원이 쓰였다. 이번에는 마스크 보급 확대와 방역체계 고도화, 피해지역 일자리 지원을 위한 사업 등이 담긴다. 아울러 정책금융 강화를 통한 중소기업 수출 지원 및 경영 애로 소상공인 자금 지원에도 투입된다. 지난해 5조8,000억원 규모의 ‘미세먼지 추경’에서는 3조3,000억원가량을 들여 선제적 경기대응 및 민생경제 긴급 지원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의 경제 파급이 메르스 때보다 심각하기 때문에 더 큰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채무비율 40% 웃돌 수도
문제는 재원이다. 지난해 예산에서 남은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619억원에 불과해 지방교부세 정산과 공적자금 출연 등을 거치면 사실상 추경에 보태기 어렵다. 최근 추경을 할 때 3,000억원 정도 투입됐던 한국은행 잉여금도 아직 결산 전이어서 쓰이기 힘들다고 봐야 한다. 결국 기금운용계획 변경을 통해 약 3조원을 만들고 적자국채를 5조원 안팎으로 찍어야 한다. 지난해 3조3,000억원 규모의 적자국채를 발행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0.1%포인트 상승했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 예상하는 39.8%에서 40%대로 올라설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 사태발 경기침체로 성장률이 당초 목표인 2.4%보다 낮아지면 분모가 작아지는 측면도 있다.
세입부족분을 메우는 세입경정 여부도 추경 규모를 키우는 변수가 될 수 있다. 2015년 메르스 추경 당시 11조8,000억원 중 5조6,000억원이 경기여건 악화에 따른 세입결손 보전이었다. 다만 이번에는 아직 세수진도율 추이와 세입여건을 파악하기에는 이른 시점이어서 기획재정부가 검토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전문가들은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만큼 사회간접자본(SOC)과 소상공인 지원 등 경기부양 효과를 직접적으로 낼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과거 추경 편성 때마다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청년추가고용장려금·구직급여 같은 현금 복지 사업이나 총선용 사업은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현금으로 주는 복지성 이전소득은 효과도 없고 지금은 하지 말아야 한다”며 “자영업자가 도산하게 되면 경제복원이 힘든 만큼 지원을 충분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황정원·나윤석기자·하정연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