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낮은 당첨 가점으로 ‘청포족(청약 포기족)’이 된 30대 A씨는 지난해 서울에서 기존 아파트를 매입했다. 주변에 물어보니 부동산 법인을 설립해 매입하면 보유세 등 세금을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그는 세무사의 도움을 받아 법인을 설립한 뒤 이곳저곳에서 돈을 끌어모아 12억 원 규모의 주택을 샀다. 이 같은 사례는 비단 A씨 뿐만이 아니다.
본지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주택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른 30대의 신규 부동산 법인설립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청약 전선에서 밀린 30대 역시 기존 아파트 매매에 법인을 적극 활용한 것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센터팀장은 “특별히 30대의 부동산 법인설립이 더 늘어난 것은 내 집 마련을 위한 수요가 다수 포함됐을 것”이라며 “다만 단순히 보유세만 비교하기는 어렵고, 최종 양도까지 세제가 얼마나 유리한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 전국 신규 부동산 법인, 20.3%가 2030 세대 = 본지가 통계청의 전국 연령대별 부동산 신설법인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30세 미만과 30대(30~39세), 즉 2030 세대의 부동산 법인설립은 2,949건을 기록했다. 이는 2018년(1,819건) 대비 무려 62.1% 급증한 규모다. 전체 신규 부동산 법인은 2018년 1만 145건에서 2019년 1만 4,473건으로 42.7% 증가했다. 20대와 30대가 이 같은 증가세를 이끈 것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30대는 1,540건(2018년)에서 2,524건(2019년)으로 무려 63.9% 껑충 뛰었다. 2017년(1,398건)에 비하면 2배에 육박한다. 30세 미만도 지난해 425건으로 2018년(279건)보다 52.3% 많아졌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신규 부동산 법인 가운데 2030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3%에 이른다. 신규 부동산 법인 10곳 중 2곳의 사장은 2030 세대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청포족’이 된 2030 세대가 우회적으로 법인 설립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12·16 대책 이전에는 법인의 경우 최대 80%까지 주택담보 대출이 가능했다. 이런 가운데 법인은 절세에서도 개인보다 유리하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센터팀장에 따르면 개인이 12억원 아파트를 2채를 보유할 경우 2020년 종부세는 2,440만원, 이를 포함한 총 보유세는 총 3,759만원이다. 반면 한 채만 법인으로 전환해도 종부세는 463만원, 총 보유세는 1,387만원으로 삼분의 일가량 뚝 떨어진다. 법인 전환 주택은 다주택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대치 은마아파트 전경./서울경제DB
◇풍선효과 경기도, 법인 매입 역대 최다 = 한편 올해 들어 집값 풍선효과를 따라 경기지역에서 법인의 아파트 매입이 크게 늘었다. 지난 1월 국토교통부의 거래주체별 아파트매매거래에 따르면 법인이 개인에게 사들인 경기지역 아파트는 1,019건으로 지난해 12월 839건에서 더 늘어나 역대 월간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116건)에 비하면 10배가량 폭증이다. 반면 전국은 3,133건(12월)에서 2,594건(1월)으로 줄었으며 서울은 327건에서 152건으로 반토막 났다.
특히 집값 과열 양상으로 전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수원은 법인 아파트 매입 건수가 지난해 12월 166건에서 지난달 244건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장안구가 13건에서 49건, 권선구가 42건에서 91건, 팔달구가 14건에서 20건으로 영통구를 제외하고 모두 늘었다. 용인 또한 이 기간 수지구가 53건에서 61건, 기흥구는 33건에서 46건으로 모두 법인의 개인 아파트 매입이 많아졌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법인의 아파트 매입이 늘어나는 건 규제에 규제가 더해질수록 생겨나는 비정상적인 거래 형태”라며 “불법 수준은 아니더라도 매물 부족 등 부동산 시장 왜곡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