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 인근의 세바우 캠페인 참여 카페를 방문한 한 시민이 세바우 컵에 담긴 음료를 전달받고 있다./권욱기자
지난해 서울경제가 사단법인 제주올레와 함께 친환경 캠페인 ‘세상을 바꾸는 우리’를 처음 진행한 결과 재활용 종이컵 36만350개가 사용됐고, 이 가운데 2만7,290개가 거둬져 회수율은 7.6%였다. 회수율이 한자릿수에 그쳤지만 제주 올레길 카페에서는 “대부분 버려지던 종이컵들”이라며 “서울경제와 캠페인을 함께하면서 고객들의 인식도 확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연평균 230억개가 사용된다는 국내 종이컵 회수율은 1.5%에 불과하다.
본지 캠페인의 회수율이 국내 평균의 5.06배나 되는 절반의 성공을 한 셈이다. 본지와 제주올레는 이 같은 결과에 고무돼 올해 종이컵 회수율 목표를 20%로 늘려 잡았다. 소비자의 자발적 동참이 이어질 경우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라는 게 제주올레 측의 주장이다. 고승우 제주올레 연구원은 “캠페인이 2년째로 접어들면서 관광객은 물론 제주도민의 호응도 훨씬 높아졌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며 목표 달성에 굉장한 자신감을 보였다.
◇캠페인 덕에 회수되는 종이컵 급증=본지는 이번 캠페인의 일환으로 재생률이 높고 카페에서 대거 버려지는 우유팩 역시 종이컵과 함께 수거해 나갈 방침이다. 지난해에도 캠페인을 통해 총 7,758개의 우유팩을 모은 바 있다. 캠페인에 참여하는 ‘올리브카페’를 운영하는 허지희 대표는 “세바우 컵을 사용하면서 많은 종이컵이 플라스틱 코팅 처리돼 있는 점을 소비자들이 인식하는 계기가 돼 앞으로 제주도를 기점으로 친환경 종이컵 사용이 더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세바우 캠페인은 버려진 종이컵을 수거해 화장지 등으로 재활용하는 자원순환 시스템을 정착시켜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주 올레길의 카페 풍경도 바꿔놓았다.
세바우 캠페인이 제주도 올레길에서 첫 발을 뗐지만, 앞으로는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 친환경은 이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으로만 그치지 않고 있어서다. 앞으로는 친환경 전략이 없으면 기업의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시대다.
◇친환경 기업들 너도나도 동참=자동차 등 제조 기업들은 오염물질 배출 등 날로 까다로워지는 환경규제를 준수해야 수출이 가능하고, 첨단 화학 기업들은 탈(脫) 플라스틱을 대체할 소재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신용평가사로부터 높은 등급을, 소비자로부터 좋은 평판을 받기 위해서라도 이제 친환경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달리 보면 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위기감의 발로이기도 하다. 이대로는 우리 환경과 삶이 균형을 잃고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친환경 전략을 쓰고 있는 기업들의 동참도 속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열린 제주도 내 한 공익행사에서 참여자들이 세바우 캠페인을 홍보하는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제주올레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다시 시작되는 캠페인도 이런 추세에 맞춰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더욱 많은 기업과 카페가 이번 캠페인에 참여한다. 또 종이컵에 QR코드를 새겨넣는 등 종이컵 회수율을 높이기 위한 아이디어도 반영했다. 재계의 한 임원은 “어려움 없이 실천 가능한 친환경 운동 모델인 것이 이번 캠페인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앞으로 우리 사회에 재활용 종이컵 사용이 더욱 활성화되는 촉매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세바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제주 올레길 인근의 한 카페에 비치된 캠페인 홍보물. /사진제공=제주올레
세바우 캠페인은 제주 올레길의 카페들에 가급적 일회용 컵 대신 머그컵을 사용하도록 하고 외부에서는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종이컵으로 바꾸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쓴 종이컵은 회수해 제지 업체인 청호제지와 대왕제지에 보내 화장지와 복사용지로 탈바꿈되게 했다. 사실 종이컵은 100% 천연 펄프로 돼 있어 기본적으로 소각보다 재활용되는 것이 자원순환 측면에서 좋다. 하지만 시중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종이컵은 일반적으로 안쪽이 폴리에틸렌(PE)으로 코팅돼 있어 다른 폐지와 섞이면 재활용이 어렵다. 이 때문에 캠페인에 사용되는 친환경 컵은 자연분해가 되고 재활용이 쉬운 것으로 엄선했다.
◇참여 카페 80개로 확대…업그레이드도=캠페인 활성화를 위해 미흡한 부분도 대거 보완됐다. 종이컵에 QR코드를 새겨넣은 점이 단연 눈에 띈다. 고객들이 QR코드를 통해 주변에 컵을 반납할 수 있는 곳을 모바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젊은 세대의 호응이 기대된다. 참여 카페도 지난해(65개)보다 15개 많은 80개로 확대된다. 종이컵을 회수하는 제주올레 안내소는 기존 7개에서 15개로 늘렸다. 고 연구원은 “환경에 대한 관심과 책임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실제 행동 결정에 이를 반영하는 소비자 비율은 10% 이내라는 보고서가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 사용한 종이컵을 어디서든 쉽게 반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캠페인 종이컵 반납장소를 제주공항, 제주항, 유명 관광지 등으로 추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바우 캠페인을 통해 회수된 친환경 종이컵과 우유팩. /사진제공=제주올레
특히 본지는 친환경 움직임을 확산하기 위한 활동에도 힘을 보탠다. 가령 기업의 화석연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연구개발(R&D), 탈(脫) 비닐·플라스틱을 위한 소재 개발 등을 적극 알려 자원순환형 모델이 우리 사회에서 자리 잡는 데 일조하겠다는 것이다. 한 재계 임원은 “캠페인이 올바른 소비문화를 정착시키고 기업들도 분발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며 기대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