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勢 불리자"...'전태일 2법' 깃발 든 민주노총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특수·간접고용직 '노조할 권리' 등
4월총선 앞두고 주요 의제로 제시
소상공인 등 부담 늘어 논란 예고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특별연장근로 인가확대 취소소송 제기 양대노총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전국민주노동총연맹이 4월 총선을 앞두고 ‘전태일 2법’이란 슬로건 아래 5인 미만 작은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 특수고용·간접고용직 및 플랫폼노동 종사자의 노조 할 권리 보장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올 들어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제치고 ‘제1노총’ 자리에 오른 민주노총은 총선 후에도 올해 내내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 개정을 밀어붙일 계획이다. 이를 지렛대로 노조 조직률을 높여 더 세를 불리겠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노동법 사각지대의 노동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이나 주 52시간제 등을 적용받게 되는 영세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의 부담이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어 논란이 예상된다.


민주노총은 25일 ‘전태일 2법’ ‘불평등·양극화 해소 8법’을 중심으로 한 4·15 총선 의제를 공개했다. 이들은 근로기준법 중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하는 일부 조항을 없애 모든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중소·영세사업장에 대해서 근로기준법 적용과 연계된 세제혜택, 재정지원 방안도 촉구했다. 근로기준법 적용의 확대는 한국노총에서도 총선 의제로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사안이다. 또 민주노총은 노동조합법 2조를 개정해 특수고용직을 노동자의 범주에 넣고 사용자의 범위도 실질적 지배력·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업주까지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우리 사회가 상위 20%의 평균 순자산이 하위 20%의 125배에 이르는 등 불평등·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연간 자살률 세계 1위의 나락으로 떨어졌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거센 사안이라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행 근로기준법 11조를 보면 4인 이하 사업장은 대통령령에 따라 일부 규정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5인 미만 사업장은 해고 제한과 근로시간 단축, 휴업수당, 여성보호,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등 조항을 적용받지 않는다. 대상자는 약 397만명으로 추산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영세사업장의 현실을 고려하면 근로기준법상 임금·근로시간 등의 규정을 한 번에 적용하기는 아직 힘들다”며 “이들 사업장은 여력이 없기 때문에 예외를 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을 적용받을 경우 그만큼 인건비 부담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노조법과 관련해서도 “특수고용직 중에서는 여러 회사의 단말기를 들고 일하는 경우도 많은데 누굴 대상으로 단체교섭을 하려는 건지 불분명하다”며 “노동자도 개인사업자도 아닌 ‘제3의 영역’을 만드는 등 이들 종사자를 보호할 법 체계를 정하기 전까지 표준계약서 등을 만들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이 원하는 대로 법이 개정돼도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실익이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근로일수나 시간, 이직률 통계를 보면 근로시간은 이미 더 큰 규모의 사업장보다 짧고 이직률은 별 차이가 없어 이들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상의 주요 조항을 적용하지 않을 합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수고용직의 노동3권 보장과 관련해서는 택배연대·라이더유니온·대리운전노조 등이 설립돼 있지만 사용자가 누군지 모호해 실질적 교섭이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다만 법원에서 최근 들어 특수고용직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는 추세다.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사측은 특수고용직 노조에 과도한 두려움을, 노동계는 과도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며 “노사가 서로 기대치를 낮추고 노동3권에 대한 타협점을 찾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세종=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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