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 서울가고 산책하고…말로만 자가격리

[코로나19 확진 1,000명 돌파 ‘비상’]
■공중보건의 대구방역 현장 보니
집 부재·교인 사실 숨기기 등
신천지 신도 지침 위반 다반사
"방호복 입고 활보 안돼" 민원에
이동검체채취 중단되는 사례도

대구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시민들에게 검체 채취를 안내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대구의 한 선별진료소에 마련된 음압 텐트의 모습. /사진제공=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지난 24일 대구광역시에 파견된 공중보건의와 간호사들로 꾸려진 이동검체채취팀이 한 신천지 교인의 가정을 찾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들이 속출하면서 자가격리된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들의 검체를 직접 채취하기 위해서다. 이날 방문한 가정은 가족 모두가 신천지 신도로 자가격리 대상이다. 하지만 집에 있어야 할 자녀 한 명은 서울에 갔고 또 다른 자녀는 바깥에서 강아지 산책을 시키고 돌아왔다. 엄연한 자가격리지침 위반이다. 사전연락까지 취하고 찾아갔던 이동검체채취팀 방역요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26일 국내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섰지만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된 대구에서는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는 일부 시민들로 방역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코로나19의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최대한 단시간 내에 많은 의심환자를 찾아내야 하지만 신천지 교인임을 속이거나 자가격리수칙을 어기고 집을 비우는 등 방역요원들과의 숨바꼭질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에 파견된 공중보건의 A씨는 이날 서울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가격리자의 검체를 채취하기 위해 해당 가정을 방문하면 격리 대상자가 수칙을 어기고 무단으로 외출해 부재중인 사례를 종종 목격한다”며 “전화를 걸어 어디에 계시냐고 물어보면 거리낌 없이 ‘밖에 있다’고 답해 당황스럽다”고 전했다. 자가격리자가 무단 외출하면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대구시는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이 자가격리지침을 위반할 경우 법적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본인이 신천지 신도라는 사실을 숨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공중보건의 B씨는 “신천지교회를 다니는 딸이 함께 사는 가족들에게 전혀 얘기를 하지 않아 방문 검체채취 과정에서 밝혀지는 일도 있었다”며 “가족들은 딸이 신천지 신도라는 것을 모르니 감염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역학조사팀에서 확진자들의 동선을 파악하는 업무를 하고 있는 공중보건의 C씨는 “확진자들과 통화하다 보면 동선과 접촉자들에 대해 솔직히 얘기해주는 분이 별로 없다”며 “그래서 방역에 구멍이 뚫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방호복을 입고 돌아다니지 말라’는 주민들의 민원 때문에 이동 검체채취가 중단되는 일도 있다. 실제로 대구의 한 보건소에는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으니 방호복을 입고 돌아다니지 말라”는 민원이 들어와 22일부터 사흘간 이동 검체채취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을 목격한 시민들이 계속 뒤쫓아 다녀 업무에 차질을 빚는 경우도 있다. 김명재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정책이사는 “법률상 검체채취 대상자의 신원과 주소가 외부로 노출되면 안 되기 때문에 호기심에 뒤따라온 시민들을 떼어놓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 일부 자가격리 가정에서 검체채취를 거부하며 문전박대당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김현상·김성태기자 kim0123@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