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오는 고대 이집트의 정치적·종교적 최고 통치자이다. ‘두 땅의 주인’과 ‘모든 사원의 수장’이라는 칭호를 겸하고 있었다. 두 땅의 주인이란 상 이집트와 하 이집트 전체의 통치자라는 의미다. 사원의 수장은 지상에서 신을 대신한다는 뜻이다. 파라오의 어원은 ‘페르 오’로 본래 ‘큰 집’을 뜻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통치자를 의미하는 말로 바뀌었다. 파라오 통치는 기원전 3150년부터 이집트가 로마제국에 편입된 기원전 30년까지 3000년 넘게 이어졌다. 파라오는 하늘에서 땅을 지배하는 신들의 후손이자 태양신 ‘라’의 아들로 포장됐다. 파라오의 죽음은 태양이 사라지는 사건이었으므로 파라오는 무정부 상태를 피하기 위해 생전에 아들이나 후계자를 왕좌에 앉히곤 했다. 죽은 파라오의 육체는 미라로 만들어지고 자신이 준비한 영원한 거처인 무덤에 안장된다.
1981년부터 30년 동안 이집트를 철권 통치했던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현대판 파라오’라는 별명을 얻었다. 공군 전투기 조종사 출신인 무바라크는 부통령으로 재직하던 중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이 암살돼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그는 ‘태양의 아들’처럼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릴 기세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그는 2011년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뒤흔든 민주화운동인 ‘아랍의 봄’의 물결에 밀려 권좌에서 축출됐다. 부정부패 혐의 등으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가 3년 전 석방된 무바라크는 25일 92세 나이에 지병으로 사망했다. 무바라크의 삶과 죽음을 보면서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영원한 권력은 없다’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김광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