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 비중 98%인데..보험설계사 손놨다

■ 코로나에..금융권 영업 초비상
NH농협·삼성·한화생명 등
영업방침 바꿔 비대면 권장
손보사도 1분기 대목 직격탄
소득보전도 안돼 깊은 시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설계사 등 대면채널 판매 비중이 100%에 육박하는 보험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고객들이 대면접촉을 꺼리는 탓에 설계사·대리점·방카슈랑스 등 대면채널 판매가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는데다 보험사들 역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설계사들에게 대면영업을 최소화하도록 권고하는 실정이다.

26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NH농협생명은 최근 설계사 등 전 영업채널에 대면접촉을 지양하고 문자메시지(SMS), 전화, DM 등 비대면영업 활동을 주문했다. 특히 계약 권유를 위한 대면접촉을 중단하고 계약을 체결하려는 고객에게만 청약 절차를 위한 제한적인 대면업무를 하게끔 내부영업 방침을 세웠다.



또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등 주요 생보사들도 비대면영업을 권장하고 비대면으로 상담과 계약을 처리할 수 있도록 영업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보험설계사는 개인사업자 신분이라 소득을 보전해줄 수도 없어 소속 설계사라도 대면영업을 자제하도록 권고만 하고 있다”며 “가뜩이나 1·4분기 실적 전망이 밝지 않았는데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토로했다.

핀테크 활성화 및 오픈뱅킹 도입 등으로 비대면채널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시중은행과 달리 보험사들은 여전히 대면채널 의존도가 높다. 지난해 11월 기준 생보사 초회보험료 중 대면채널을 통한 가입 비중은 97.97%에 달한다. 텔레마케팅 영업 비중이 비교적 높은 라이나생명(46.29%), 신한생명(29.69%), 흥국생명(19.68%)이나 디지털생보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을 제외하면 나머지 생보사의 대면채널 의존도는 평균 99.4%까지 올라간다. 설계사 의존도가 높기는 손보사도 마찬가지다. 상위 10개사의 지난해 10월 기준 대면채널 초회보험료 비중은 88.8%로 전화영업(TM·6.35%), 온라인다이렉트(CM·4.85%) 등에 비하면 월등히 높다. 보험 특성상 상품구조가 복잡하고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사례가 적다 보니 신계약 유치에는 설계사 등 보험모집인의 권유와 설득이 필수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보험 업계 대목인 1·4분기 영업도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보통 생보사들은 4월 상품 개정을 앞두고 3월까지 절판마케팅을 벌이는데 이 시기에만 보통 연간 신계약의 30~40%(초회보험료 기준)가 몰린다. 특히 올해는 대부분의 생보사가 0.25~0.50%포인트 수준의 예정이율 인하를 예고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절판마케팅이 활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대로라면 대목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그나마 코로나19 사태로 보험사들이 얻은 부수적인 효과는 생·손보 업계 공통으로 치솟았던 위험손해율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2차 감염을 우려한 가입자들이 병원 이용을 꺼리면서 보험금 청구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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