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팁]재발 잦은 염증성 장질환, 생물학적 제제 치료를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피부 탈색·지방 괴사·혈당 증가 등
스테로이드 부작용 피할 수 있어
기존 치료 효과 없으면 고려해야

천재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하루에도 열 번 이상 화장실을 찾을 만큼 심한 설사 증세를 겪는 30대 초반 A씨. 최근 대장에 발생한 염증으로 항문 출혈과 함께 혈액이 묻어나는 설사로 고생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출혈량은 늘어나고 영양소 섭취율은 낮아져 체중감소와 빈혈 증세까지 겹쳤다. 궤양성 대장염의 전형적 증상이다.

A씨는 “프로젝트 발표 같은 주요 회의에서도 수시로 자리를 비워야 해 직장 동료들에게 눈치가 보이고 괴롭다”고 말했다.

궤양성 대장염과 경과·치료방법이 비슷한 크론병도 있다. 구강부터 식도를 거쳐 위·소장·대장·항문에 이르기까지 소화기계통 조직이라면 어디에서나 비정상적인 면역학적 반응으로 지속적인 재발성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특히 소장·대장에서 발생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 환자의 51%가 15~30세로 젊다. 가족·친척 가운데 크론병을 앓는 사람이 있으면 본인이 겪을 확률도 매우 높다.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을 묶어 ‘염증성 장 질환’이라 부른다. 소화기계통을 따라 비정상적인 염증 상태가 좋아졌다가 나빠지기를 반복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정확한 원인이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유전적 요인과 면역학적 이상, 스트레스나 약물 같은 환경적 요인, 장내 미생물 균총 변화와 연관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식습관의 서구화도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염증성 장 질환은 외부에서 침투한 나쁜 물질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는 면역계가 우리 몸인 장의 점막을 외부의 나쁜 물질(항원)로 잘못 인식해 공격함으로써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자가면역질환이다. 환경적·면역학적·유전적 소인이 작동 단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환자에 따라 질병 발생 부위와 범위·증상·경과가 다양하고 치료에 따른 반응 역시 다르기에 상황에 적합한 치료방법을 선택하는데 지금까지 항염증제·스테로이드제제·면역조절제가 주로 사용돼왔다. 하지만 스테로이드제제 오남용은 피부 탈색, 지방 괴사, 인대 손상·파괴, 혈당증가, 소화기 궤양 발생 등 부작용을 일으킨다.


그래서 최근에는 임상시험 결과가 좋은 생물학적 제제(biologics)가 차세대 치료제로 떠오르고 있다. 살아있는 생물을 재료로 만든 치료제로 면역항체·혈액성분 등을 이용한 의약품이나 백신이 그 예다. 생체유래 물질은 체내 작용 과정에서 독성·감염성, 혹은 생물학적 작용을 일으키기에 화학물질로 된 의약품과 차별화된다.

이 제제는 우리 몸속 면역반응이 잘못된 작동을 일으키도록 지시하는 물질을 관리한다. 기존 약제와 달리 염증 경로를 차단하는 기능이 있다. 아직 100% 완치 단계까지 이르지는 못했으나 기존 치료법이 별 효과가 없는 환자에게 높은 반응확률을 보인다.

국내에서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환자 치료에 쓰는 생물학적 제제는 일정 수준의 임상적 효과와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 염증성 장 질환 치료는 우리 몸 면역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을 이용한다. 아달리무맙·골리무맙·인플릭시맙 성분의 생물학적 제제는 염증 유발 단백질 TNF-α를 표적으로 삼는다. 베돌리주맙은 α4β7-MAdCAM-1 상호작용과 이로 인한 위장관 점막 안쪽으로 백혈구가 이동하는 성질을 억제해 염증성 장 질환을 치료한다. IL-12 사이토카인 억제제인 유스테키누맙이 추가됐고 먹는 약인 토파시티닙도 궤양성 대장염 치료에 사용된다.

가장 왕성하게 활동해야 할 젊은 층의 삶의 질을 급격히 하락시키는 염증성 장 질환은 전문 의료진과 상담해 꾸준히 치료해야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증상이 느껴지면 즉시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사와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천재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