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인천광역시 옹진군 보건소에서 직원들이 마스크 및 손 세정제를 배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건용 마스크 핵심 원자재인 멜트브로운(MB) 부직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수요 폭증으로 품귀 조짐을 보이면서 같은 MB부직포를 사용하는 공기청정기 업계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마스크 제조업체와 MB부직포 확보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는 데다 가격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미 봄철 기승을 부릴 미세먼지에 대비해 선주문을 받아 놓은 상황인데 단가가 올라가면 그만큼 부담을 떠안을 수 밖에 없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용 필터 전문 생산업체인 크린앤사이언스(045520)는 이달 중순부터 공기청정기 헤파필터에 들어가는 MB 부직포 생산라인 3개 가운데 1개 라인을 마스크용으로 돌렸다. 마스크용 부직포를 요청하는 곳이 이달부터 급격하게 늘어나자 일부 설비를 긴급히 개조한 것이다. 공장도 3교대로 24시간 풀가동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마스크 제조업체들이 공기청정기용 부직포 원단을 마스크용으로 전용해 달라는 요청을 많이 하고 있다”며 “내달 말까지 MB 부직포 생산라인을 2개 추가로 증설하는 등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스크 생산업체들은 정부에 행정지도를 통해서라도 MB부직포를 ‘마스크용으로 전환해 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어 ‘풍선효과’로 공기청정기용 MB 부직포 품귀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기청정기용 MB부직포만 생산해 오던 이엔에이치(E&H)도 최근 창립 이래 처음으로 마스크용을 함께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크린앤사이언스나 씨앤투스성진, 선진인더스트리, 웰크론(065950) 등 국내 주요 MB부직포 제조업체 7곳 가운데 절반 이상이 공기청정기용 부직포 생산라인은 줄이고 마스크용 생산라인을 확대했다.
불똥은 공기청정기 업체로 튀고 있다. 미세먼지 시즌을 앞두고 공기청정기 주문이 늘어나면서 MB부직포로 만든 헤파필터 조달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외주생산(OEM) 방식으로 공기청정기를 판매하고 있는 A사 관계자는 “MB부직포 거래처에서 마스크용 수요가 몰려 (공기청정기용 부직포) 납기를 조정해 달라는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며 “선주문 된 공기청정기 제작에도 물량이 빠듯한 데 조달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밑돌을 빼 윗돌을 괴는 상황이 되면서 공기청정기업체들이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난 셈이다. 공기청정기 필터 생산업체들은 이미 MB부직포 원단 재고 확보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기청정기 제조업체인 B사 관계자는 “MB부직포를 만드는 개별 공장의 설비에 따라 모두 마스크용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공기청정기 필터용 부직포의) 가격 폭등 가능성도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