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사진) 보건복지부 장관이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를 두고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우리 한국인”이라고 밝혀 논란을 자초했다. 여당이 대구·경북 지역 방역을 강화한다며 ‘봉쇄’를 언급해 한바탕 홍역을 치른 지 불과 하루 만이다. 감염병 대응에만 집중하기도 바쁜 시기에 정부 여당의 신중하지 못한 처사로 불필요한 행정력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코로나19’ 관련 법안 처리를 위해 이날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중국인 입국금지 등 정부의 대응을 두고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특히 정갑윤 의원이 “(코로나19의) 숙주는 박쥐도 아니고 정권”이라며 공세를 높이자 박 장관은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우리 한국인”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는 이어 “(중국에서 한국인이) 하루 2,000명씩 들어오는데 다 격리수용할 수도 없다”며 “열이나 기침 증상도 없어 검역에 걸리지 않는 사람들이 귀국하며 (코로나19를) 가져왔다”고 덧붙였다. 앞선 질의에서도 박 장관은 “지금 많은 환자가 확진된 것에 대해서는 죄송스럽다”면서도 “아무 대책이 없던 것은 아니고 특정 종교(신천지예수교회)집단에서 그것이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의 발언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민들의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중국 후베이성 출국자만 입국을 금지하는 정부의 조치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는 현실을 고려할 때 국민감정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장제원 통합당 의원은 “특정 집단이나 중국을 방문한 우리 국민을 문제로 보는 자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장관은 오늘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겠다, 총력을 기울인다고만 말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박 장관이 뒤늦게 “제가 흥분하면서 국민의 마음을 달래지 못했다. 깊이 사과드린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한번 뱉은 말을 주워담을 수는 없었다.

정부와 여당의 실언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5일 당정청 회의 직후 여당은 방역 강화대책을 뜻하는 어휘로 ‘봉쇄’를 고르는 바람에 ‘대구·경북을 고립시키는 것이냐’는 오해를 낳았고 지역 민심이 들끓자 결국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해명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