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코로나19 관련 택배·배달노동 분야 대책 요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라이더유니온 유튜브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에 택배·배달·국제특송 등 운송업에 전면 ‘비대면 서비스’를 전면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노동계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이들은 운송노동자들이 방역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외부에서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불특정 다수 고객과 접촉하는 특성상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바이러스를 배송하는’ 슬픈 상황이 빚어진다고 우려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배달원노조 라이더유니온은 27일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어 “배송노동 관련 구체적 안전지침을 마련하고 비대면 배달을 확대하는 등 선제적 조치를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수많은 사람과 접촉하는 업무 특성상 택배·배달 노동자들이 바이러스에 노출될 경우 광범위한 지역사회 전파를 불러올 수 있다”며 “감염병 예방과 확산을 막기 위한 구체적인 기준조차 찾아보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특히 “대부분 마스크 지급 정도에 그치고 나머지는 노동자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되기 일쑤”라며 “배송 차량의 방역이나 배송 확인용 단말기의 소독도 기대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택배·국제특송 기사, 배달원들의 요구는 주로 비대면 배송의 전면 도입에 모아졌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만약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돼 자가격리하는 고객에게 배달한다고 했을 때 비대면으로 배달해야 배달원은 물론 식당 주인, 나아가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부산의 한 라이더유니온 조합원은 영상 메시지에서 택배·배달 노동자가 고객을 만나 카드나 현금을 주고받으면 코로나19 감염 위험도 커진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선결제 주문만 처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선결제 주문을 할 경우 배달원들은 주문 받은 물건을 문 앞에 두고만 가면 된다.
집배원들도 고객들과 만나는 일이 많아 감염 위험이 높은 걸로 지적된다. 최승묵 전국집배노조 위원장은 “특별송달, 내용증명 같은 기록 우편물은 받는 사람을 만나서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대면 접촉을 통해 배달할 수밖에 없다”며 “국세청, 관세청, 지자체 등 관청과 기관들이 대면 요구 방식이 아닌 비대면으로 접수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 달라”고 말했다. DHL·페덱스 등 국제특송 업체의 경우 병원으로도 배송이 이뤄지는데 전달할 장소 등을 명시하지 않으면 물건을 들고 병원 안을 배회해야 하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김한별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조직부장은 기자회견에서 “배송 과정에서 불특정 다수를 만나는데, 최악의 경우 배송노동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는 ‘코로나를 배송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