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수도권도 '3차 유행' 조짐…"병상·의료진 확보 서둘러야"

[코로나19 전국 확산 초비상]
■'3차 유행' 대책은
TK 확진 열흘새 1,500명 육박
서울·부산 등 광역감염 확산 우려
의료계 "신규 확진자 병상 준비
시설부족해 집서 죽는 일 방지를"
정부는 중증 '우선 치료' 추진

서울 명성교회에 이어 강남의 대형 교회인 소망교회에서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교인이 나오면서 27일 교회 입구에 예배를 비롯해 모든 모임을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호재기자

대구광역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것은 지난 18일, 전국 기준으로는 31번째 확진자였다.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지역사회 감염이라는 점에서 방역당국의 신경이 곤두섰고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첫 감염자 발생 이후 불과 열흘 만인 27일 대구와 대구·경북(TK) 확진자는 1,500명에 육박하고 TK 지역 확진자 비율은 전체의 84%에 달한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의료 인프라가 좋은 대구에서도 병실이 부족해 집에서 죽는 환자가 발생했다”며 “전국 어디서든 대유행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병실과 의료진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열흘 새 1,500명, 대구도 속수무책=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지난달 20일 처음 발생한 뒤 이달 8일 27명까지 증가세를 보이다 9~15일 7일간 단 한 명만 추가되며 소강 상태를 나타냈다. 확진자 모두 보건당국의 관리 대상에 포함돼 이대로 상황이 수습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기습처럼 찾아온 31번 확진자의 충격은 그래서 더 컸다. 대구시만 보면 첫 확진자 발생 다음날 11명, 나흘 만에 154명으로 눈덩이처럼 불더니 하루에만 수백명이 새로 확진되는 ‘통제 불능’ 상태에 이르렀다. 대구에는 경북대와 영남대·대구가톨릭대 대학병원 3곳 등 광역시 중에서도 의료 인프라가 우수한 축에 속하지만 삽시간에 급증하는 확진자를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결국 74세 남성은 확진 판정 뒤에도 병상이 없어 집에서 기다리다 호흡곤란으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숨졌다. 전병률 차의과대학 교수는 “병상이 모자라는 사태를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며 “지역사회 감염에 대한 정부의 준비가 없었던 셈”이라고 지적했다.

2816A04 대구지역코로나야근

◇수도권·PK 확산 조짐…전국이 비상=문제는 대구와 같이 갑작스럽게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이 전국 어디서든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과 부산·경남 지역 확진자도 이날 각각 100명을 넘어서며 제2·제3의 TK가 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제기된다. 확진자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우려는 더 커진다. 부산의 경우 온천교회 신도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늘고 있고 서울에서는 명성교회에 이어 소망교회 등 대형교회에서 줄줄이 확진자가 나타났다. 날이 갈수록 이들의 접촉자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늘고 있는데 TK 지역 대유행의 시발점이 된 대구신천지교회처럼 대규모 인원이 좁은 공간에 모이는 종교활동에서 감염이 확산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명성교회의 경우 확진 판정을 받은 부목사의 동선이 수정되며 밀접접촉자가 384명까지 늘어나는 등 확진자 주변을 파악하는 과정에 애로를 겪는 점도 비슷하다.


대구에 이은 ‘3차 유행’을 두고 일부에서는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코로나19’ 환자 주치의 모임인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의 오명돈 위원장은 “중국 우한 사례를 보면 (발병) 두 달쯤 뒤에 (확진자 수가) 정점에 갔다고 볼 수 있다”면서 “(국내에서도) 당분간은 환자 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중하순까지는 환자가 늘 수 있다는 얘기다. 투자은행 JP모건도 우리나라의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음달 20일 정점을 찍고 감염자가 1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자체 분석 결과를 내놨다.

◇의료 능력 보존 중점, 장기전 준비=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전국 광역자치단체에도 대구와 같은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 교수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마치 야전병원을 지정하듯 모든 가용 수단을 준비시켜야 한다”며 “동시에 환자를 찾아 격리하는 방역도 놓지 말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지금부터라도 기존 환자들을 어떻게 재배치하고 신규 확진자를 수용할지 병상 확보 계획을 실제처럼 준비해야 한다”며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올린 만큼 중앙정부가 적극적인 자원 동원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역당국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방자치단체별 감염병 전담병원을 지정하는 한편 환자를 중증도에 따라 적절하게 나눠 중증환자 우선으로 입원 치료를 받도록 지침을 만들어 적용하기로 했다. 중증도 분류체계를 확정하고 이에 따라 지자체가 병상배정을 결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시행하기로 했다.

정부가 TK 방역을 마무리하는 시점을 4주로 제시했지만 ‘3차 유행’에 진입할 경우 수개월에 걸쳐 비상상황이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의료진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정부는 여러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대응계획을 마련하고 있다”며 “확산 추세를 최단시간 내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