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획부동산의 마수' 임야 지분소유자 10년새 54만 폭증


11명 이상이 공유하고 있는 임야의 지분권자 숫자가 10년 새 50만명 폭증했다. 특히 지난 3년 동안만 36만명이 늘어났다. 임야를 사들여 공유지분으로 쪼개 파는 기획부동산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28일 서울경제가 국토교통부에서 입수한 최근 10개년의 ‘공유인수 10인 이상 필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목이 임야인 필지의 공유인수는 2010년 말 90만2,430명(중복 포함)에서 지난해 말 126만4,039명으로 76% 늘었다.

공유인수 10인 이상 필지란 기존 토지주 1명에 더해 공유지분을 가진 사람이 10명 이상인 필지다. 즉 한 필지의 지분권자가 11명 이상이라는 의미다. 이같은 임야의 공유지분자 수가 10년 간 54만4,150명이 늘어난 것이다. 해당 임야 필지 수도 2010년 2만7,380개에서 4만3,171개로 58% 증가했다.

특히 임야 공유지분자는 지난 2016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3년간 36만명 급증했다. 2017년 17만8,273명, 2018년 9만3,218명, 지난해 9만3,173명을 기록한 것. 2011년부터 2016년까지는 1만4,000명~4만5,000명을 오간 것에 비하면 연간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는 공유지분을 쪼개 파는 기획부동산이 2017년 전후로 급성장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공유지분 기획부동산은 사실상 개발이 어려운 토지나 임야를 싼 값에 사들인 후 주변의 개발호재를 언급하며 토지를 지분으로 쪼개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업체를 일컫는다.


이러한 공유지분 기획부동산은 우리경매, 케이비경매, 신한경매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전국적으로 수십개 지사를 두고는 다단계 방식으로 영업을 펼쳐왔다. 해당 회사의 전 직원은 “2017년에 ‘날개 돋힌 듯’ 팔았다”고 했다. 실제로 서울경제가 부동산실거래가플랫폼 밸류맵과 함께 케이비경매의 한 지사가 2017년~2018년 판매한 필지 222개를 분석해보니 공유인수가 2만8,000여명에 달했다. 이중 99%가 임야였으며 용도지역은 개발제한·농림지역·자연녹지·보전녹지가 93%였다.


이같은 기획부동산은 여전히 성행 중이어서 형사적·제도적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는 지난 23일 “수정구 상적동 주변에 개발이 어려운 임야를 파는 기획부동산 징후가 포착됐다”며 도민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 인근에는 공유지분 기획부동산의 최대 프로젝트로 꼽히는 수정구 금토동 산73이 있다. 이 필지는 지난 2018년 말부터 지분을 팔았는데 현재 공유자가 4,000여명에 달한다. 필지 판매에는 우리·케이비·신한 경매 계열이 모두 관여했다.

다만 최근 이같은 기획부동산의 판매 행위가 사기라는 법원의 판단이 처음으로 나오면서 이들의 영업 행태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최대 공유지분 기획부동산인 우리경매의 경영진 3명은 지난달 광주지방법원에서 사기 판매 혐의로 징역형 실형을 선고받았다. 개발 가능성이 희박한 토지를 공유지분으로 쪼개 판 행태가 사기라는 법원 판단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기획부동산을 불법 다단계 방식으로 운영하며 4개 필지의 공유지분을 총 53명에게 사기 판매해 64억원을 편취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해당 필지들은 국립공원·도립공원, 상수원보호구역 등이어서 개발 규제가 풀릴 가능성이 사실상 없었는데, 이들은 필지의 지분을 쪼개서 면적당 매입가의 약 4배에 팔았다. 앞서 광주 서부경찰서는 이들에 대한 고소를 접수하고는 집중 수사한 뒤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 [▶[단독] ‘공유지분 기획부동산’ 우리경매 회장 징역 1년6개월]

최근 기획부동산의 공유지분 쪼개 팔기가 진행되고 있는 성남시 수정구 상적동의 한 임야 전경./사진제공=경기도청

따라서 이들 기획부동산에 대해 무더기 손해배상 청구 및 고소가 잇따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전까지는 매수자 개개인이 회사를 사기 혐의로 고소해도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로 검찰에서 무혐의 불기소 처분이 나기 일쑤였으나 이제 판결이 나온 만큼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번에 사기로 판명된 필지 4곳의 공유지분 소유자만 해도 1,600여명이다.

안선영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는 “피해를 주장하는 필지에 대해 1심 판결이 있는 경우는 추가 고소를 하기보다는 손해배상 하는 쪽으로 대응하게 된다”며 “다른 필지나 다른 업체의 경우 구체적인 판매 방식 등이 다를 수 있기에 별도 고소를 진행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한편 임야 외에 전과 답의 경우도 최근 3년 간 판매량이 급증했다. 전의 경우 10년간 공유지분자 9만2,732명이 늘었는데 2017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이중 66%인 6만1,563명 증가했다. 답의 공유지분자는 10년간 8만1,195명이 늘어난 가운데 이중 73%인 5만9,543명이 지난 3년간 증가했다. 기획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답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기획부동산은 강남 선릉 등지에서 오랜 기간 영업해왔다”고 전했다./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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