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5일 서울 금천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진단시약 제조업체인 코젠바이오텍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려는 ‘선한 영향력’이 확산하고 있다. 임대인이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낮춰주는 ‘착한 임대 운동’이 펼쳐진 가운데 이익을 남기지 않는 마스크 생산업체에 이어 국내 최초로 코로나19의 진단키트 긴급승인을 받은 벤처기업이 의료진을 위해 써달라며 기부를 결정했다.
29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코젠바이오텍은 최근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써달라며 대한적십자사에 1억원을 기부했다. 코젠바이오텍 입장에서 기부금 ‘1억원’은 남다르다. 2018년 이 회사의 연간 순이익(약 12억원)의 12분의 1 수준이다. 남용석 대표는 “진단시약(진단키트)을 공급하는 업체로서 방역 당국과 의료진, 비상대기 중인 소방관의 노고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며 “금액은 작지만 그 분들과 취약계층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어 기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첫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개발한 코젠바이오텍은 2000년 설립된 유전자변형 분석 전문기업이다. 이 진단키트는 이전까지 24시간이 걸리던 코로나19의 진단시간을 6시간으로 줄였다. 코젠바이오텍은 7일부터 매주 3만회 진단 물량(4,000여명 진단)을 50여개 민간 의료기관에 공급하고 있다.
이 덕분에 코젠바이오텍이 벌어들일 이익이 막대할 것이란 관측이 있지만, 실제로 수익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코젠바이오텍 관계자는 “메르스 발병 당시 정부 지원금이 적다는 이유로 다른 업체들은 진단시약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았다”며 “공공의료를 강조해온 남 대표가 ‘이윤을 남기지 못하더라도 (코로나19 진단시약 개발을) 해보자’고 결정해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발비뿐만 아니라 진단시약에 쓰이는 재료 구입비 등이 비싸기 때문에 이익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남 대표는 메르스 사태 당시 진단키트 개발을 통해 얻은 수익도 직원들에게 전부 보너스로 지급했다고 알려졌다. 남 대표는 “코로나19 진단키트 공급으로 얻게 될 수익금을 먼저 기부하는 것”이라며 “나라가 어려울 때는 중소기업도 보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상생으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자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전주 한옥마을에서 시작된 착한 임대 운동은 남대문 시장에 이어 전통시장·상가로 확산됐다. 정부도 화답했다. ‘착한 임대주’를 위해 인하한 임대료 절반을 세금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화진산업, 씨앤투스성진은 중소벤처기업부의 공적판매처인 공영쇼핑으로 ‘노마진 마스크’(1,000원대 이하)를 100만개씩 공급할 예정이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26일 두 기업의 대표를 직접 만나 격려했다. 박 장관은 13일 남수복 코젠바이오텍 상무를 비롯해 바이오 기업 대표들도 만나 코로나19 진단과 치료를 위한 기술개발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박 장관은 “코로나19 사태에서 우리는 공영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며 “(코로나19는) 국가가 국민에게 왜 필요한지에 대해 되짚는 계기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남용석 코젠바이오텍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