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정독도서관 앞에 임시휴관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희조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취업준비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도서관, 카페에서 진행하던 스터디나 자격증 준비 등을 모두 집에서만 해결해야 해 불편을 겪게 돼서다. 기업 등이 올 상반기 채용 일정을 미룬 경우도 많아 취준생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29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2,900명을 넘어선 가운데 ‘취준 지형’이 대면 형식에서 비대면 형식으로 바뀌고 있다. 기업 채용 필기시험이나 면접 전형에 대비해 서울 종로·신촌·강남 등지에 삼삼오오 모여 해오던 스터디는 본격적인 코로나19 확산 이후 온라인 형식으로 대체된 경우가 많다.
기업 취업을 준비 중인 대학생 김모(23)씨는 “매주 2회 만나 인·적성 시험 문제를 풀고 해설하는 스터디를 해왔는데 지난주부터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진행 중”이라며 “시간을 재고 문제를 풀고 해설을 하는 것은 똑같지만 만나서 할 때처럼 효율적이지는 않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 김모(27)씨도 “대면 스터디는 공부 자체뿐 아니라 다른 스터디원과의 시간 약속을 지키는 과정에서 스스로 부지런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수험생에게 중요하다”면서 “스터디 방식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게을러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공공 도서관이나 대학 도서관에서 각종 고시나 자격증 시험을 준비해온 이들 역시 코로나19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대다수 도서관이 정부의 다중이용시설 자제 요청에 따라 휴관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22개 도서관과 평생학습관은 감염을 막기 위해 지난 21일부터 잠정 휴관에 돌입했다. 대구·청주지역 대학과 서울지역 일부 대학 도서관도 이달 들어 휴관을 결정했다.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방문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이희조기자
카페에서 공부하는 ‘카공족’ 또한 현저히 줄었다. 콘센트와 와이파이, 넓은 책상을 구비한 카페는 인터넷 강의를 듣거나 문제집을 풀기 편해 대학생과 취준생이 자주 찾았지만 최근에는 텅 비는 날이 많다. 서울 서대문구 한 프랜차이즈 카페 직원 A씨는 “공부하는 손님, 식사 후 방문하는 손님 모두 줄었다”며 “감염될까 우려하는 사람이 많아져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업 취업준비생 안모(26)씨는 “도서관도 못 가고 카페도 못 가는 상황이 원망스럽다”며 “집에서 공부하는 습관이 들어있지 않은 취준생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기업 신입사원, 공무원 채용 일정이 줄줄이 변동돼 취준생들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서울 양재동 본사의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면서 신입사원 채용 면접 일정을 연기했다. 삼성전자도 3급 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SW) 역량테스트를 이달 15일에서 다음달로 연기했다. 부산교통공사는 지난 23일 치르려던 공채 필기시험을 연기하고, 코레일도 다음달 21일로 예정됐던 필기시험을 4월25일로 미뤘다.
인사혁신처 역시 이날로 예정됐던 5급 공무원 공채 및 외교관 후보자 선발 1차 필기시험을 잠정 연기했다. 이와 함께 지역인재 7급 수습직원 선발 필기시험도 미뤄졌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