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 출구전략' 끝낸 市, 정비사업 기조 바꾸나

사업지 683곳 중 394곳 해제 등
9년만에 'ABC 관리방안' 마무리
최근 5년간 재개발 지정 1곳 그쳐
'新 주거정비지수' 나올 가능성 커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1년 첫 취임과 함께 선언한 ‘뉴타운 출구전략’이 9년 만에 사실상 마무리됐다. 신규 정비구역 지정을 중단하고, 사업이 지지부진한 정비구역을 해제하는데 집중했던 서울시의 정비사업 기조에도 대전환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부실 사업지가 정리된 만큼 시가 최근의 주택 공급 절벽 우려를 감안해 신규 지정에 나설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 마무리 된 뉴타운 출구전략 = 1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뉴타운·재개발 관리대책의 핵심인 ‘ABC 관리방안’이 마무리됐다. ABC 관리방안은 2015년 뉴타운·재개발 관리대책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이는 2011년 박 시장이 선언한 뉴타운 출구전략의 구체적인 실현 방안이다. 뉴타운·재개발 구역을 △정상 추진 가능한 A 유형 △정체구역인 B 유형 △추진 곤란인 C 유형으로 분류해 관리하는 것. A 유형은 기존대로 사업을 정상 추진하도록 행정적으로 지원하고, C 유형은 구역 해제를 유도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문제는 상황이 애매한 B 유형 사업지였다. 시는 B 유형 사업지에 코디네이터를 파견해 정상 추진될 수 있는 곳은 A 유형으로, 사업 진척이 어려운 곳은 C 유형으로 다시 분류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그 결과 2015년 당시 132곳이었던 B 유형이 지난해 말로 ‘0’이 됐다. 같은 기간 44개였던 C 유형도 3개로 줄었다. 9년간 진행해 온 뉴타운·재개발 구조조정이 드디어 마무리된 셈이다.


시에 따르면 지난 9년 동안 서울 시내 뉴타운·재개발 사업지 683곳 가운데 총 394곳이 해제됐고 286곳은 사업이 정상 추진 중이다. 나머지 3곳은 조만간 해제 수순을 밟아 도시재생이나 소규모 주택정비사업 등으로 방향을 틀 계획이다.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394곳을 보면 정비사업 일몰제로 인해 자연 해제된 곳이 254곳이다. 시가 직권으로 해제한 곳은 80곳, 자진 해제한 곳도 60곳에 달한다. 해제된 사업지 가운데 92곳은 대안 사업이 진행 중이다.


◇ 뉴타운 정책 기조 바뀌나 = 이렇듯 ABC 관리방안이 마무리됨에 따라 서울시의 정비사업 정책 기조에도 대전환이 예고된다. 특히 부실 사업이 모두 정리된 만큼 사실상 멈춰있던 정비구역 신규 지정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시에서 2015년 이후 재개발 구역으로 새로 지정된 곳은 마천3구역 한 곳이 유일하다. 특히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는 재개발은 물론 재건축, 도시정비형 재개발 등 어떤 정비사업도 신규 지정 실적이 없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수년째 신규 지정이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지정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롭기 때문이다. 정비구역 신규 지정은 2015년 고시된 서울시 ‘2025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의 ‘주거정비지수’를 통해 이뤄진다. 2015년 이전에는 노후도나 기반시설 등 물리적인 요건 3개만 충족하면 됐지만, 2025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 이후 총 11개 항목을 종합평가 받아야 신규 정비구역에 지정될 수 있게 대폭 강화된 바 있다. 하지만 부실 정비사업장이 모두 정리됐기 때문에, 이러한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서울시가 2021년 발표를 목표로 새로운 ‘2030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을 수립 중이어서 이러한 의견을 고려한 새로운 주거정비지수를 내놓을 공산이 커졌다.

아울러 재개발 해제지역에 대한 새로운 구상이 나올지도 기대된다. 서울시는 최근 발표한 ‘2020 도시재생 건축분야 용역 계획’에서 정비구역 해제지역 실태조사 및 분석 용역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해제 구역 394곳 가운데 단 92곳만 대안 사업이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 용역을 기반으로 해제 지역에 대한 새로운 정책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주거정비지수가 완화된다면 해제 지역도 다시 재개발에 도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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